8일 멕시코 북부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마약조직에 2명이 살해된 현장에서 경찰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우다드후아레스/AP 연합뉴스
공장 떠난 후아레스서 ‘백색카르텔’ 총성만
군경도 뇌물·보복위협 등 시달려 ‘속수무책’
군경도 뇌물·보복위협 등 시달려 ‘속수무책’
4월7일. #12명의 주검이 길바닥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주검 8구는 일부 불탔다. 중서부 할리스코. #경찰서장과 경찰관 2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이들은 며칠 전 자신의 집과 경찰서에서 납치됐다. 동북부 누에보레온. 4월3일. #교도소에서 31명이 탈옥했다. 차량 10대에 나눠탄 마약조직원들이 경비 등을 제압했다. 동부 타마울리파스. 영화 같은 현실이다. 마약조직이 연루된 범죄가 멕시코를 휩쓸고 있다. 1만8000명.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200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마약 관련 폭력으로 희생된 인원수다. 인구 130만명의 멕시코 북서부 시우다드후아레스는 지난해 2600명, 올해 벌써 650명이 마약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한때 ‘마킬라도라’(부품 조립·가공업)가 번성했던 이 도시는 유령도시로 변하고 있다. 한 여성은 “학교에 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싶지만 무서워 갈 수 없다”고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마약폭력은 좀체 진정될 기미가 없다. 8일 시우다드후아레스. 한때 최고 1만명에 이르던 군대가 철수를 시작했다. 대신 약 5000명의 경찰이 새로 투입됐다. 2년간의 군대 주둔도 마약폭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군대의 무력시위에 마약조직의 총기는 더욱 불을 뿜었다. 군인들의 불법 억류와 폭력 등의 문제도 주민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2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 이스마엘 삼바다는 최근 멕시코 주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감옥에 가거나 죽어도 대체할 사람은 줄을 섰다.” 경찰과 군대는 ‘플라타 오 플로모’, 곧 ‘뇌물이냐, 죽음이냐’의 선택을 강요받으며 마약부패로 빠져들고 있다.
마약 카르텔 간의 영역다툼은 마약폭력을 격화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마약소비국인 미국의 마약시장을 두고 생존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죽음의 도시’라 불리는 시우다드후아레스는 후아레스 카르텔과 시날로아 카르텔 사이의 피 튀기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멕시코 북서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한때 결탁했던 걸프 카르텔과 로스 세타스 카르텔이 최근 갈라서면서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가련한 멕시코여! 신에게는 이렇게 먼데, 미국과는 너무도 가깝구나!” 19세기 멕시코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는 이렇게 한탄했다. 칼데론 대통령은 최대 마약소비처인 미국의 마약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공급처인 멕시코의 마약조직 단속을 재촉하면서, ‘멕시코 플랜’ 등을 통해 단속장비 지원 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우리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마약폭력을 격화시키는 총기 단속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마리화나 등 일부 합법화가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멕시코를 방문하지 않는 이유로 미국인의 67%, 캐나다인의 81%가 마약폭력이 무섭기 때문이라고 답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멕시코가 ‘실패한 국가’로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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