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엘 구아라치 볼리비아농민총연맹(CSUTCB) 정의·투쟁위원장
한국 온 볼리비아농민총연맹 정의·투쟁위원장 구아라치 인터뷰
원주민 대통령 당선 뒤 생활 개선
땅·천연자원 여전히 극소수 손에 “첫 원주민 대통령 취임 뒤 삶이 나아졌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남미 차세대지도자 초청 프로그램으로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호엘 과라치 볼리비아농민총연맹(CSUTCB) 정의·투쟁위원장은 13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에 오른 에보 모랄레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모랄레스, 우리의 대통령! 지치지 말아요”라고 적힌 티셔츠를 기자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12월 재선된 모랄레스 집권 뒤 변화는? “과거 원주민과 농민들은 늘 소외당했다. 할머니 세대는 노예였다. 식민지 지배자와 극소수 백인이 모든 것을 갖고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의는 부자들의 편이었다. 과거 볼리비아의 천연자원도 외국의 것이었다. 모랄레스는 국유화 조처로 재원을 확보한 뒤 교육과 복지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아이마라 원주민이자 농민 출신이다. 피를 나눈 형제여서, 특권층의 상징인 넥타이와 정장도 피하는 것 같다. 그가 없다면 언제 이런 변화를 맞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모랄레스에게 만족하나? “점점 불만스럽다. 삶이 나아졌지만 우리는 더 큰 변화를 원하고 그는 천천히 바꾸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주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토지를 재분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극소수가 갖고 있다. 영농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농민들이 신용대출을 하는 길이 넓어져야 한다. 도전이 반복되지만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동서 지역분열이 심각한데? “기득권 세력은 권리를 잃자 분리를 추진했다. 동쪽 저지대와 서쪽 고지대에는 문화 차이가 크다. 저지대 기득권층은 천연자원 등을 자신들이 독차지하고 우리를 과거처럼 다시 소외시키려 한다. 우리는 2008년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맞서 싸우고 있다.” -마약 원료로 쓰이는 코카 재배가 논란인데? “코카 잎은 볼리비아인들이 수천년 동안 길러왔고 즐겨 씹는다. 코카인은 미국에서 만들었다. 미국이 코카 재배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 -한국 방문 소감은? “가난했던 한국이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한 것에 놀랍다. 우리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볼리비아도 리튬 등 개발하지 않은 천연자원을 활용해 발전하기를 바란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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