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위 “19개 대형금융사 회계 정보 수집중”
미국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회사들을 향해 칼날을 계속 겨누고 있다.
미 금융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만삭스 제소에 이어 19개 대형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메리 샤피로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0일 리먼브라더스 파산 원인과 전개과정을 조사하는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수법의 회계 분식이 다른 대형 금융회사들에서도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주시하는 것은 ‘레포(Repo) 105’라고 알려진 분식회계 기법이다. 액면가 105달러짜리 채권을 담보로 100달러의 돈을 빌리면 장부에 부채로 계상해야 하지만, 이를 자산매각으로 처리해 부채를 숨기고 현금만을 계상하는 방식이다. 리먼브라더스는 2008년 9월 파산 당시, 이런 수법으로 500억달러의 부채를 은폐했다.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금융시장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사기 혐의로 제소당한 골드만삭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크레이그를 영입하는 등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전년 동기대비 91% 급증한 34억6000만달러의 1분기 순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에서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0.43% 하락해 제소 영향을 톡톡히 봤다. 시티그룹, 뱅크오브어메리카 등 금융주들이 골드만삭스의 실적 호재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으나, 정작 당사자인 골드만삭스는 하락한 것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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