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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정의는 결국 실현됐다

등록 2010-04-21 22:28수정 2010-04-21 22:28

20일 아르헨티나 법원이 25년형을 선고한 레이날도 비뇨네 전 대통령이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20일 아르헨티나 법원이 25년형을 선고한 레이날도 비뇨네 전 대통령이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고문·살해 등 56건 연루 혐의
아르헨 전 대통령 ‘25년형’
중·남미 과거사 청산 활발
“정의는 때로 늦게 실현된다. 하지만 마침내 이뤄졌다는 게 중요하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인권단체 ‘5월광장 어머니회’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 회장은 30여년 만에 독재자에 대한 사법정의가 실현된 20일, 이렇게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특별법원은 레이날도 비뇨네(82) 전 대통령(1982~83년 재임)에 대해 고문과 납치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1976~78년 악명 높은 ‘5월 캠프’의 사령관으로 있으면서 56건의 고문과 살해에 연루됐다.

‘더러운 전쟁’을 일삼던 1976~83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마지막 대통령 비뇨네는 취임 뒤 인권침해자 등을 사면하고 관련 서류를 폐기했다. 1983년 12월 라울 알폰신 민선정부가 들어선 뒤 과거사진상조사 보고서 ‘눈카 마스’(다시는 안 된다는 뜻)가 제출됐지만, 군부의 반발과 쿠데타 시도, 경제 악화 등을 이유로 정치적 타협이 이뤄졌다. 결국, 기소종결법(1986년)과 강제명령에 따른 복종법(1987년)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만 1만3000명, 인권단체 주장 3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군사독재에 대한 처벌은 흐지부지됐다. 후임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1989~99년 재임)은 89년과 91년 두 차례 군사정권 관련자를 전원 석방시켰다.

하지만 과거사 청산의 길은 느리지만 서서히 열렸다. 2003년 좌파 성향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 집권 뒤 2005년 과거의 사면법과 사면령이 무효화됐고, 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군사독재자 기소를 주도해 끈질긴 ‘역사 바로세우기’ 노력이 빛을 보게 됐다. 아르헨티나 사법부는 지난해 10월에는 인권탄압에 연루된 전직 군 장성과 대령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과거 청산이 진행형인 중남미에선, 최근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재판대에 서고 있다. 우루과이는 지난 3월 군사독재자 후안 보르다베리 전 대통령에게 인권탄압 혐의 등으로 30년형을 선고했다. 81살의 보르다베리는 산소호흡기를 낀 채 휠체어를 타고 재판에 나왔지만 사법정의를 피하지 못했다. 우루과이는 지난해 10월 그레고리오 알바레스 전 대통령(1981~85년 재임)에게도 인권탄압 혐의로 25년형을 선고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전 대통령 등의 부정축재를 조사하기 위한 반부패법이 지난달 29일 상원을 통과했다. 페루 대법원은 인권침해 혐의로 기소된 알베르토 후지모리(71) 전 대통령에게 지난 1월 25년형을 확정했고, 그는 딸의 결혼식에도 특별외출을 허가받고서야 겨우 참석했다. 하지만 권력자 모두에게 사법정의가 실현되지는 않는다. 1973~90년 칠레를 철권통치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2006년 말 결국 처벌을 받지 않은 채 91살로 숨졌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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