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89년 히로히토 동태 보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7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히로히토 일왕을 주시해왔음을 보여주는 기밀문서가 나왔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미 국립공문서보관소가 29일 공개한 중앙정보국 기밀문서 가운데 ‘히로히토(HIROHOTO)’라는 제목의 문서들이 발견됐다며, 이는 미국이 개인 파일을 만들어 일왕의 대미 감정이나 상징천황제의 일본 내 정착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서는 1971년7월부터 1989년1월 히로히토 일왕 사망 때까지 작성된 것으로 모두 13장이다. 71년 문서에는 “일왕은 국내의 치안문제나 국제 사회의 사안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갖고 있다”, “일왕은 친밀한 미일관계가 계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또 같은해 가을 일왕의 유럽 방문에 대해 “재위 중인 왕의 첫 외유”라고 주목하고, “일왕은 프랑스어에 약간 지식이 있고, 사전의 도움을 빌어 영어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등의 내용을 기록했다.
도쿄신문은 “이 문서가 작성된 때는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격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여, 미일관계가 서먹해져 있던 시기”라며 “닉슨이 71년 앵커리지에서 유럽 방문길에 오른 일왕을 영접하고 회견한 역사적 사실로 보아 ‘왕실 외교’를 준비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1980년 7월에 작성된 문서는 일왕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 75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회견했을 때 일왕의 태도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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