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국방비 증액은 불가능”
올 예산은 100억달러 증액 신청
올 예산은 100억달러 증액 신청
“미국 국방부에는 너무나 많은 대장과 제독이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프가니스탄에 군견팀을 보내는 데 4성 장군급 사령부 5군데를 거쳐야 한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8일 9.11 테러 이후 급격히 늘어난 국방예산 증액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미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군의 비대화된 관료기구의 대대적 개혁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천문학적인 아프간, 이라크 전쟁 비용과 재정적자 감축 요구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게이츠 장관이 ‘펜타곤’ 대수술을 통한 비용 감축으로 전투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으나 험난한 앞길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미 국방부는 일상적인 업무와 관리를 위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비용을 제외하고도 연간 2000억달러를 쓰고 있다”며 “냉전 종식 이후 1990년대 미군병력은 40%가량 감축됐으나 군 장성은 20%만 줄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국방부 본부와 해외 사령부의 인력 및 운영비용의 삭감을 통해 연간 100~150억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차세대 무기 조달 프로그램을 축소함으로써 장기적으로 3300억달러의 국방예산을 줄였다. 그럼에도 국방예산의 증가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10 회계연도의 경우 이라크·아프간 전비를 제외하고도 5350억달러였으며, 미 국방부는 2011회계연도 예산으로 5490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규모다. 군 내부의 강력한 반발과 지역구에 방위산업체를 둔 의원들의 견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 장관은 앞서도 미사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적의 공격에 취약한 11개 항공모함 전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가 해군의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그는 이날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항공모함을 줄이겠다고 할 정도로 내가 무모한 건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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