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도서관, 종이책 치운다
스탠퍼드대 등 전자도서관 본격 등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의 낡은 도서관 두 동에선 요즘 한창 책들이 포장중이다. 지난 40년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오셔로프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손때가 묻어있던 물리학 및 기술분야 도서관의 철제선반 위 책들은 이제 학교서 60㎞ 떨어진 리버모어 창고로 이동하게 된다. 미국의 <머큐리뉴스닷컴>은 19일 자료들의 디지털화 확산과 전자도서 리더기의 보급으로 ‘책없는 도서관’이 본격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탠퍼드대에 처음 들어설 전자도서관은 면적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그룹이벤트 공간 등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은 크게 늘어난다. 킨들 같은 전자도서 리더기와 온라인 검색기가 서가를 대신하게 된다. 대학들로선 포화상태에 이른 캠퍼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해 10만권, 하루에 273권꼴로 책을 구입해온 스탠퍼드대 쪽은 “그동안은 들어오는 책 만큼 처분할 책을 골라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도 캠퍼스에서 6㎞ 가량 떨어진 보관설비로 책을 옮기고 있다. 하버드대도 캠퍼스 밖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모든 분야가 쉽게 전자도서관화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식이 많은 수학분야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인문학이나 문학, 사회과학 분야에선 다양한 판본을 통해 새롭게 발견되는 가치도 많다. 요한나 드러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톨스토이의 작품의 대표검색본으로 러시아어 원본이 좋을지, (영문번역본의 대표격인) 모드본이 좋을지 누가 정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종이에 대한 ‘충성심’이 적고 학술저널의 디지털화 작업이 이미 진전된 과학이나 기술분야가 우선 대상으로 꼽히는 이유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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