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대화만이 북 제어하는 최선의 방법”
북 문제 전문가, ‘뉴욕타임스’에 대화 촉구 칼럼
북 문제 전문가, ‘뉴욕타임스’에 대화 촉구 칼럼
“천안함 침몰은 ‘기다리기 게임’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 침몰(아마도 지난 전투에 대해 보복하고 보수적인 이명박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북한의 노력)은 북한의 온정에 한반도의 안전을 저당잡히는 것이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전 미국 국무부 관리이며 북한문제 전문가인 조엘 위트(존스홉킨스대 방문학자)가 <뉴욕타임스> 5월19일치에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전에 나온 이 칼럼에서 그는 “천안함 침몰의 여파에서, 미국과 한국은 대화가 우리들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못마땅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전문을 소개한다. e뉴스팀
1998년 나는 미국 정부 전문가들을 북한에 있는 한 지하시설로 인도했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해소하기로 한 1994년 합의를 어기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평양은 당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상태였고, 북-미관계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일주일 동안 우리는 짖어대는 경비견과 아침 종합훈련을 하며 총을 쏘는 북한 병사들을 지나친 뒤 ‘터널의 미로’ 속을 헤맸다. 한번은, 한 팀원이 (몇 개의 빌딩을 스케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사찰규칙을 어겼을 때, 총검을 장착한 군인들이 둘러싼 방 안에 갇혀야만 했다. 갇힌 상태에서 나는 기지 사령관에게 몇 시간 동안이나 항의했다. 우리가 풀려났을 때, 커다란 확성기를 단 밴이 우리 버스를 향해 반미구호를 외쳐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떠한 핵활동도 발견하지 못하고, 조사활동을 완결지었다. 왜냐하면 평양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미 대통령 특사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페리 전 장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의 고위층 관료를 워싱턴에서 만나도록 길을 여는 일을 하고 있었다.
북한과 일한 16년 동안, 나는 18차례나 그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외교적 포용정책이 북한의 위협적 행동을 완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런 정책이 아니라면 훨씬 나쁜 결과, 즉 ‘도발행위로 지향하는 고립된 북한’을 낳게 된다.
이 교훈은 잊혀져선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그는 ‘불량국가’와도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과 관련해서는 이 약속을 따르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적인 핵 및 미사일 실험에 직면했을 때, 그는 한국 및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아주 가까운 친구인 중국으로부터도 일정한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대북 국제제재를 만들어냈다. 그 모든 것은 어느 정도는 이치에 닿는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평양을 다시 포용하는 것을 간과했다. 지난 여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특별한 만남을 활용하는 대신에, 미 정부 관리들은 무분별하게 대화와 관련한 어려운 전제조건을 주문했고, 평양에 핵무기를 버리고 다자간 협상자리로 돌아올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스워스 대사가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에 보내졌는데, 미국 정부는 북한과 또 한 차례의 만남을 가질 것이지를 두고 논쟁하며 몇 개월을 낭비하는 바람에 그의 방문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한국의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북한 책임론으로 결론지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다음주 아시아를 순방한다. 미 행정부는 클린턴 국무장관이 ‘전략적 인내’라고 부른, ‘기다리기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 이 게임은 “시간은 우리 편이다”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북한이 더욱더 정치적 불안정과 식량부족, 경제후퇴를 경험할수록,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여전히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식량부족은 존재하지만, 지난 2년 간 북한의 곡물 수확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지난해 중국 덕분에 산업 생산은 증가했고 무역은 약간 감소했을 뿐이다. 그리고 북한은 자신들의 핵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덜 취약하게 만들어줄 안전장치라고 믿고 있다.
평양의 강경파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환영하고 있다. 이 전략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유지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위험한 기술을 수출하게 한다(인터넷은 폭탄 디자인 수출을 간단히 송신 단추 하나를 누르는 쉬운 행동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천안함 침몰은 ‘기다리기 게임’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 침몰(아마도 지난 전투에 대해 보복하고 보수적인 이명박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북한의 노력)은 북한의 온정에 한반도의 안전을 저당잡히는 것이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그럼 오바마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김정일이 공개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고 말한 이후로, 미국은 가능성의 창을 닫는 어떤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천안함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서울은 평양에 제재를 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은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우리는 긴장감을 크게 높이는 조처들을 피해야 한다. 하나의 이성적인 반응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방어를 확대하고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비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전제조건, 예를 들어 천안함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는 대신, 우리는 새로운 토론을 시작하려는 점진적인 실용적 노력들을 해야 한다. 이것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나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우리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김정일이 재정적인 보상(이것은 그의 강성대국 건설 비전에서 매우 중요하다)을 위해 곧 그의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도록 우리 스스로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김정일의 비전은 구체적인 것이 아니다. 비록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연대는 북한에 이익이 되지만, 그는 아마도 북한이 베이징에 더욱 의존적으로 되는 것을 불편해할 것이다. 중국은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한층 나은 관계 설정을 위한 진지한 시도는 결국 진행돼나갈 것이다. 그리고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은 그들의 핵 프로그램과 위험한 수출품에 대한 점차적으로 단단하고 검증가능한 단계적 과정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북한 핵무기를 즉각적으로 제거하지는 않겠지만, 신뢰가 회복되면, 북한은 자국의 안전에 사활을 걸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초점을 비핵화를 위한 여정에 맞추어야지, 최종 목적지에 맞추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협상은 좌절될 수 있다. 그러나 대화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1994년 정보기관은 북한이 제재받지 않는다면 2000년까지 10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때 대화는 일정한 성과를 냈다. 대화를 시작한 지 수개월 뒤에 이루어진 당시 합의는 정보기관의 예측을 막아냈다. 그 합의가 무너진 2002년에, 북한은 단지 핵무기 6개를 만들기에 충분한 물질을 가지고 있었다. 제한된 성공일지라도 그것은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천안함 침몰의 여파에서, 미국과 한국은 대화가 우리들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못마땅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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