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규제·화물선 수색 담은 결의안 통과
중·러 등 강력제재 미온적…효과낼지 미지수
중·러 등 강력제재 미온적…효과낼지 미지수
실익은 적고 부담은 커진 ‘상처투성이 승리’.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를 요약하면 이렇다. 유엔 안보리 15개국은 9일 핵무기 개발 의혹을 사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브라질, 터키 두 나라가 반대하고 레바논이 기권한 가운데 찬성 12표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유엔 안보리의 이란 제재는 이번이 네번째다.
이번 추가 제재는 핵개발 관련 단체에 대한 금융거래 감시 및 규제, 무기 금수 확대, 이란 화물선 수색 등이 뼈대다. 이에 따라 이란 우라늄 농축센터의 국외자산이 동결되고, 40여개 기업 등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석유수출에 대해선 제재를 가하지 않았으며 애초 미국이 요구했던 이란 중앙은행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결의는 이란이 받았던 제재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제재는 강력하고 광범위하며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건설적 협상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란은 강력히 반발했다. 모하마드 카자이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처럼 성급한 제재 결의는 건설적 경로에서 벗어난 것이며, 협상 상대국들이 대결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은 줄곧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면서, 지난달에는 터키와 브라질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역제안까지 했다. 그럼에도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강행한 이유는 기존 핵 강대국들의 독점적 핵 통제권에 대한 도전을 용납할 수 없으며 예외적 전례도 남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계속 ‘시간끌기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불신도 깊다. 북한, 시리아 등 다른 핵 야망 국가에 대한 본보기 효과도 있다.
그러나 추가 제재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막대한 석유자원을 밑천 삼아 최근 몇달 새 러시아·중국·브라질 등과 잇따라 에너지 협약을 맺고 경제자립 능력을 키워온데다, 국제사회 로비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과 이란의 공동사업 창구 구실을 하는 이란 수출개발은행의 블랙리스트 등재에 반대했다. 이란에 원자력발전소 공급 계약을 맺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추가 제재가 과도해선 안 되며, 이란의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에 장애가 되어도 안 된다”며 수위 조절에 앞장섰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서도 이란은 미국에 무력감을 안겨줬다. 회의에서 미국은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중동비핵지대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최종 합의문은 이스라엘의 엔피티(NPT) 참여를 촉구한 반면, 이란은 비핵화 걸림돌 국가로 규정되지도 않았다. 이란은 지난달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이란의 유연한 외교력은, 다른 주요국들이 미국 패권주의에 도전하면서 이란을 유용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란의 명민함과 미국의 단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서도 이란은 미국에 무력감을 안겨줬다. 회의에서 미국은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중동비핵지대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최종 합의문은 이스라엘의 엔피티(NPT) 참여를 촉구한 반면, 이란은 비핵화 걸림돌 국가로 규정되지도 않았다. 이란은 지난달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이란의 유연한 외교력은, 다른 주요국들이 미국 패권주의에 도전하면서 이란을 유용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란의 명민함과 미국의 단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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