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대 과잉대응 논란…양국 긴장고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에서 14살 멕시코 소년이 미국 국경순찰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 단속 문제를 둘러싼 양국 관계가 긴장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6시30분께 텍사스주의 엘파소와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즈 사이의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의 멕시코쪽 다리 아래에서 세르지오 아드리안 에드란데스 구에레카(14)가 미 국경수비대가 손 총에 눈 주변을 맞고 숨졌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멕시코로 추방되기 직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들에게 전기충격기를 맞아 숨진 ‘에르난데스 사건’ 이후 불과 2주 만에 벌어졌다. 국경수비대의 총격으로 인한 멕시코인들의 사망자 수는 2008년 5명에서 지난해엔 12명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반년도 안돼 17명으로 늘었다.
미 연방수사국은 수비대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도는 도중 일단의 밀입국자들을 발견해 2명을 체포했지만 나머지는 멕시코쪽으로 달아나 돌팔매질을 해대는 바람에, 한 대원이 ‘자위’ 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경을 넘지 않았다는 국경수비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탄피가 소년의 주검 옆에서 발견되면서 멕시코쪽의 거센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 이민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미 국경수비대의 무력 사용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멕시코 외무부도 “돌팔매질에 총기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한 무력 대응”이라며 자국민들의 분노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애리조나주가 강력한 이민자단속법을 통과시킨 이후 악화된 양국관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