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G20 정상회담서 “긴축”-“시기상조” 격돌 예고
오는 26~2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고독한 싸움터가 될 전망이다. 대다수가 긴축을 화두로 내걸었지만 미국만은 시기상조론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재정 긴축 문제에 신중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22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기부양책이 너무 빨리 철회돼 경제적 고난과 침체를 다시 경험했던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고 충고한 상태다.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뒤 재정 확대로 대응해 온 기조를 성급하게 바꾸면 안된다는 것은 ‘후버의 교훈’ 때문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허버트 후버 전 미국 대통령은 1930년 주가가 전년도의 폭락세에서 회복하자 “공황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경기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후버는 이 일로 상황 판단을 잘못한 미국 대통령의 표본으로 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영국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담에서 여러 나라가 금융위기 해법으로 추구한 금융개혁 대신 과감한 재정정책을 쓰자고 촉구해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각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책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정위기와 유로화 약세 탓에 앞다퉈 긴축을 선언한 유럽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도 경기과열과 재정적자 심화를 이유로 긴축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개최국인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조차 재정적자의 절반 감축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의 서한을 받은 뒤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긴축이 성장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며 어깃장을 놨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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