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퇴임…유엔 사무총장·세계은행 총재로 거론
“중남미·아프리카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어”
“중남미·아프리카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어”
오는 12월 8년간의 재임 뒤 물러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향후 행보는 무엇일까? 차기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룰라는 29일치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다른 신흥국과 함께 브라질이 세계에서 차지하게 된 지위에 대해 특별히 자랑스럽다”며 성과로 꼽고, 퇴임 뒤 “배고픔과 가난이 없는 다극화·다자화된 세계를 향해 우리 정부가 해온 노력을 계속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룰라는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면서,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같은 국제기구의 체제를 개편해 신흥국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고 있다.
브라질은 과거 중남미에서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았다. 중남미의 지배적 언어인 스페인어가 아니라 포르투갈어를 쓰는 이질성으로 인해 영토와 인구의 규모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는 측면도 있었다. 이제 브라질은 지역의 맹주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미들 파워’를 넘어 신흥국 목소리의 대변자로 떠올랐다.
룰라가 끌어올린 브라질의 국제위상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한 협상중재 과정에서 나타났다. 룰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함께 지난 5월 중재안을 끌어내고 유엔에서 미국 주도의 추가제재에 당당히 반대했다. 룰라는 이란과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의 나라와 적극적 협력에 나서, 미국에서 ‘깡패 외교’라는 비난까지 나올 만큼 자신감 있는 행보를 걷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그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기용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지지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룰라는 29일 인터뷰에서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계속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룰라가 주목받는 데는 경제규모 세계 8위로 떠오른 브라질의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2036년께에는 브라질 경제가 영국과 프랑스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브라질의 이런 성장을 두고는 국제시장에서 원유와 곡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등 ‘운때가 맞았다’고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룰라는 수십년 동안 ‘잠재력의 나라’로만 불리던 브라질의 가능성을 실현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은 또 한번의 도약 기회가 될 전망이다. 룰라는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룰라가 3선 연임 금지로 물러나지만 80%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어 2014년 대선 재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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