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명 ‘출생증명서’ 전면 교체
미국 자치령·시민권 얻게돼
한 장에 6천~1만달러 거래
미국 자치령·시민권 얻게돼
한 장에 6천~1만달러 거래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에서 1일부터 새 출생증명서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푸에르토리코인 500만명의 기존 출생증명서는 10월부터 전면 무효가 된다.
이런 소동은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의 자치령이어서 이곳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권자이다보니, 불법 이민자 등의 신분증 위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이 당시 이곳을 식민지배하고 있던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출생증명서 한 장이 암시장에서 6000~1만달러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특히 출생증명서, 사회보장카드, 운전면허증의 ‘3종 세트’는 3종류의 고기를 넣은 푸에르토리코 샌드위치의 이름을 따 ‘뜨리쁠레따’라 불리며 고가에 팔리고 있다. 주로 미국의 중남미계 불법체류자들이 이런 출생증명서를 사들이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학교나 성당 등에 출생증명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범죄조직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 한 조직은 지난 2년간 50곳 넘는 학교에 침입해 7000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훔치기도 했다. 또 마약 등을 구입하려고 출생증명서 등을 내다파는 푸에르토리코인들도 있다. 미국 국무부 조사결과, 출생증명서를 이용한 위조여권 신청의 40%가 푸에르토리코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푸에르토리코 당국은 학교 등에 출생증명서를 제출하는 관행을 금지하고, 새 출생증명서는 위조방지장치도 부착했다. 하지만 이미 위조된 출생증명서를 이용한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을 색출하기 어려워, 출생증명서 재발급에 막대한 불편함이 따르는 데 비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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