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드레스 등 골라
세계에서 가장 바쁘면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그에게도 외동딸 혼사보다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폴란드 등 유럽 5개국을 순방중인 클린턴 장관은 3일 폴란드 방송 인터뷰에서 “(딸 첼시의 결혼 준비가)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며, 지금 내 삶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폴란드 정부와 미사일 방어시스템 협정을 체결하는 등,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폴란드·우크라이나·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그루지야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순방길에 올랐다.
정신없는 일정 속에서도 그는 ‘보통 엄마’처럼 결혼식 챙기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외교행보와 결혼 준비 모두 “중대하고, 중요하며,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며 “다행스럽게도 이메일이 있어 결혼식 꽃장식 사진 등을 (외국에서도)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과 드레스를 맞추는 것도 직접 챙긴다고 덧붙였다. 첼시는 오는 31일 뉴욕에서 160㎞ 떨어진 라인벡에서 골드만삭스 직원 마크 메즈빈스키와 결혼한다.
첼시와 메즈빈스키는 10대 때 부모들 모임에서 처음 만났고 스탠퍼드대를 함께 다녔다. 메즈빈스키도 아버지가 민주당 하원의원을 두 차례, 어머니는 한 차례 역임한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클린턴가가 주류 교단인 침례교 신도들인 반면, 유대인인 메즈빈스키가는 유대교 신자들이다. 클린턴 부부의 바깥사돈 에드워드 메즈빈스키는 2008년까지 사기죄로 5년간 복역한 전력이 있다. 정계에서 물러난 1980년대에 국제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아프리카 투자를 내세워 주변에서 돈을 끌어와 1000만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였으며, 장모한테서도 3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첼시의 결혼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이혼한 앨 고어 전 부통령 부부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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