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바르 장군-사엔스
180년만에 나란히 묻혀
180년만에 나란히 묻혀
남미의 여성 독립투사 마누엘라 사엔스가 연인이자 남미 독립영웅인 시몬 볼리바르 장군과 180년 만에 재회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볼리바르 묘소 옆에 사엔스를 상징적으로 이장했다. 사엔스가 묻혀 있던 고향 에콰도르의 공동묘지의 흙을 담은 상자를 볼리바르 묘소 옆에 안치하는 형식이다. 볼리바르가 1830년 숨진 이후 180년 만이다. 사엔스는 1856년 디프테리아에 걸려 숨지자 화장되었고 유골이 다른 주검들과 같이 버려지다시피 묻혔기 때문에 주검은 남아 있지 않다.
사엔스는 원래 부유한 영국 상인과 원치 않는 결혼을 했지만, 이후 남편을 떠나 남미 독립투쟁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볼리바르를 만났으며 볼리바르가 숨질 때까지 곁을 지켰다. 볼리바르를 암살 위험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엔스와 볼리바르의 사랑은 당대에 부도덕하며 불륜이라고 치부됐다. 볼리바르 사후 사엔스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추방됐다. 말년엔 페루에서 미국 포경선원들이 남미 여성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대필해 생계를 유지할 만큼 곤궁한 삶을 살았고, 사엔스 사후 그의 남미 독립운동에 대한 기여는 거의 잊혀졌다가 남미 독립 200돌을 맞은 올해에야 재평가가 이뤄졌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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