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된 아들 DNA 단서로 연쇄살인범 아버지 찾아
미국판 ‘살인의 추억’ 사건으로 로스앤젤레스 경찰을 20여년간 괴롭힌 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디엔에이(DNA) 추적으로 덜미를 잡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985년부터 흑인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11명을 총으로 쏘거나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로니 프랭클린(57)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수감중인 프랭클린의 아들 디엔에이가 연쇄살인범의 것과 비슷하다는 분석을 토대로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그동안 범인 검거에 갖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전담팀 30명을 투입한 경찰은 1987년에는 밴에서 주검을 버리는 것을 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범인은 엔진이 아직 따끈한 차량을 남긴 채 달아난 상태였다. 범인은 8번째 희생자가 나온 1988년 이후 14년 동안 ‘활동’을 멈췄다가 2002년 또다시 살인을 저지른다. 그래서 ‘잠자는 냉혈한 ’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07년 추가 희생자가 나오자 비난에 직면한 경찰은 다시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현상금 50만달러(약 6억원)까지 내건다. 2008년에는 캘리포니아주의 모든 수감자 디엔에이를 분석했지만 헛수고였다.
프랭클린은 그러나 최근 디엔에이 ‘가족 검색’에서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무기 관련 범죄로 수감된 그 아들의 디엔에이가 범인 것과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고, 친척 남성들을 추적하다 프랭클린이 식당에 남긴 피자 조각에서 범인 것과 같은 디엔에이를 검출했다.
프랭클린은 1981년에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경찰서에서 차량 관리 업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성폭력을 휘두르고 살인을 저지른 프랭클린이지만 이웃에게는 인심이 후했다. 한 주민은 “그는 헐값에 차를 고쳐주고, 잔디를 깎아주고, 크리스마스 트리 전등을 달아줬다”며 “이웃 노인들 모두를 돕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