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관계개선 주목
쿠바 정부가 52명의 정치범을 석방키로 결정했다. 1998년 교황 방문 당시 101명의 정치범을 석방한 이후 최대다.
쿠바 가톨릭 교회는 52명의 정치범을 앞으로 3~4개월 동안 석방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1차로 곧바로 풀려날 예정이지만, 대상자와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석방되는 이들은 2003년 당시 쿠바 정부의 언론통제에 반발했다가 체포돼 6~28년형을 선고받은 야당 정치인·기자 등 75명 가운데 남아있던 복역자들이다.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은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외무장관과 함께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조처는 수감중인 심리학자 기예르모 파리나스가 5개월 가까이 단식투쟁을 벌이며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쿠바는 지난 2월에는 정치범이 단식투쟁 끝에 숨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파리나스가 건강상태가 나쁜 정치범 25명의 석방을 요구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에이피>(AP) 통신 등은 전했다. 쿠바인권 및 국가화해위원회(OCDHRN)는 현재 쿠바에 정치범 167명이 수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치범 석방 등 인권 개선을 반세기 가까운 대쿠바 금수조처 해제의 조건으로 내건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긍정적인 국면으로 해석하지만, 상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