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라이트 체인지는 최근 ‘50피트 펠로시의 공격’이란 정치광고를 내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등의 스위치를 올리면서 펠로시가 점점 괴물처럼 커져 마을들을 마구 밟으며 파괴하자 시민들이 레이저광선으로 거꾸러뜨린다는 내용이다. 유튜브 갈무리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세금 먹는 괴물” 인신공격 치닫는 미국 정치광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선 정치광고가 한창이다. 최근 화제가 된 정치광고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세금 먹는 괴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이다. 보수단체인 ‘라이트 체인지’(Right Change)가 1일 방영한 텔레비전 광고는 50피트 크기의 괴물 펠로시가 작은 마을을 짓밟고, 이를 일반시민들이 ‘표’라는 레이저 광선으로 공격해 거꾸러뜨리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으레 그런것” 표현수위·명예훼손 논란 없어
네거티브 광고 홍수…비용 4년전 선거의 2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해럴드 존슨 연방 하원의원 후보자의 누리집에는 “당신이 중소기업주라면, 잠자기 전에 ‘강도 방범 시스템’을 작동하고, 헬멧을 쓰고 자라. 펠로시가 살금살금 기어와 야구방망이로 당신의 뒤통수를 내리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광고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겸양 없이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광고의 위험수위는 더욱 끝간 데 없이 오르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진보의 대립이 격화한데다, 노골적 우익 성향을 보이는 <폭스 뉴스> 등이 약진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험악해진 게 배경이다. 또 이번 선거가 기성 정치인들이 무난히 연임하던 과거 패턴을 벗어날 것으로 예상돼 선거전이 달아오른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중간선거의 정치광고는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희화하는 ‘네거티브 광고전’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공화당의 차이도 없다. 휼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칼리 피오리나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공화)는 경쟁자인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민주)이 풍선처럼 부풀어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광고를 내놓았다. “세금 뜯어가는 위선자”라는 내레이션을 깔아 민주당 정책에 대한 반대를 표시하면서도, 다소 뚱뚱한 모습의 박서 의원에 대한 인격적 모독도 서슴지 않은 정치광고다. 민주당과 노조 단체들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로 나선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 멕 휘트먼(공화)을 애니메이션 모델로 만든 ‘메가타’ 광고를 내놓았다. 앞머리가 조금 벗겨진 추한 모습으로 전용기 앞에서 웃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억만장자인 그가 이번 선거에서 엄청난 선거비를 퍼부은 것을 풍자했지만, 역시 인신공격성이 짙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민주)는 빌 매컬럼 현 주지사(공화)를 빗대 “정치인과 기저귀는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퍼진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마구잡이식의 정치광고가 성행함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이나 수위 조절 논란이 일지 않는 것은 ‘정치광고는 으레 그런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한데다, 상대방 후보도 같은 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독설로 유명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정치광고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다. 8일 유튜브에 올린 페일린의 ‘엄마 회색곰’ 광고는 “알래스카의 엄마 회색곰은 누군가가 새끼들을 공격하러 다가오면 두 발로 벌떡 일어난다”는 페일린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의 공화당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페일린은 이번 선거 후보자는 아니지만, 이 광고를 통해 그가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치광고전이 치열해지면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7일 <유에스에이투데이> 보도를 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후보와 정당 및 외곽 정치단체들이 선거과 관련해 사용한 텔레비전 광고비는 모두 4000만달러다. 이는 2006년 중간선거 때의 같은 기간에 지출된 1600만달러의 배를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사용된 광고비가 대부분 당내 경선용이어서, 앞으로 민주·공화당의 전면전이 펼쳐지면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치광고의 주된 매체는 여전히 텔레비전이지만, 요즘엔 유튜브 동영상을 이용한 광고들이 부쩍 늘었다. 또 텔레비전 광고를 짧게 집행한 뒤, 이를 유튜브에 올려 확대재생산하는 방식도 빼먹지 않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네거티브 광고 홍수…비용 4년전 선거의 2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해럴드 존슨 연방 하원의원 후보자의 누리집에는 “당신이 중소기업주라면, 잠자기 전에 ‘강도 방범 시스템’을 작동하고, 헬멧을 쓰고 자라. 펠로시가 살금살금 기어와 야구방망이로 당신의 뒤통수를 내리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광고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겸양 없이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광고의 위험수위는 더욱 끝간 데 없이 오르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진보의 대립이 격화한데다, 노골적 우익 성향을 보이는 <폭스 뉴스> 등이 약진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험악해진 게 배경이다. 또 이번 선거가 기성 정치인들이 무난히 연임하던 과거 패턴을 벗어날 것으로 예상돼 선거전이 달아오른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중간선거의 정치광고는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희화하는 ‘네거티브 광고전’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공화당의 차이도 없다. 휼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칼리 피오리나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공화)는 경쟁자인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민주)이 풍선처럼 부풀어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광고를 내놓았다. “세금 뜯어가는 위선자”라는 내레이션을 깔아 민주당 정책에 대한 반대를 표시하면서도, 다소 뚱뚱한 모습의 박서 의원에 대한 인격적 모독도 서슴지 않은 정치광고다. 민주당과 노조 단체들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로 나선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 멕 휘트먼(공화)을 애니메이션 모델로 만든 ‘메가타’ 광고를 내놓았다. 앞머리가 조금 벗겨진 추한 모습으로 전용기 앞에서 웃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억만장자인 그가 이번 선거에서 엄청난 선거비를 퍼부은 것을 풍자했지만, 역시 인신공격성이 짙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민주)는 빌 매컬럼 현 주지사(공화)를 빗대 “정치인과 기저귀는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퍼진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마구잡이식의 정치광고가 성행함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이나 수위 조절 논란이 일지 않는 것은 ‘정치광고는 으레 그런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한데다, 상대방 후보도 같은 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독설로 유명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정치광고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다. 8일 유튜브에 올린 페일린의 ‘엄마 회색곰’ 광고는 “알래스카의 엄마 회색곰은 누군가가 새끼들을 공격하러 다가오면 두 발로 벌떡 일어난다”는 페일린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의 공화당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페일린은 이번 선거 후보자는 아니지만, 이 광고를 통해 그가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치광고전이 치열해지면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7일 <유에스에이투데이> 보도를 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후보와 정당 및 외곽 정치단체들이 선거과 관련해 사용한 텔레비전 광고비는 모두 4000만달러다. 이는 2006년 중간선거 때의 같은 기간에 지출된 1600만달러의 배를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사용된 광고비가 대부분 당내 경선용이어서, 앞으로 민주·공화당의 전면전이 펼쳐지면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치광고의 주된 매체는 여전히 텔레비전이지만, 요즘엔 유튜브 동영상을 이용한 광고들이 부쩍 늘었다. 또 텔레비전 광고를 짧게 집행한 뒤, 이를 유튜브에 올려 확대재생산하는 방식도 빼먹지 않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