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설 진위 여부 가리려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1783~1830)의 관이 독살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지난 16일 사후 180년만에 다시 개봉됐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국립 팡테온에 안장돼있는 볼리바르의 관은 이날 새벽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발굴·개봉됐다. 볼리바르 숭앙자로 알려진 차베스는 관 개봉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신이시여,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영광스런 해골은 볼리바르의 것이 틀림없습니다”라며 자신의 감격을 전했다. 앞으로 부검 전문가들이 디엔에이, 엑스레이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독살설을 규명할 예정이다.
‘엘리베르타토르’(해방자)로 불리는 볼리바르는 1820년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베네수엘라를 대콜롬비아로 독립시켰다. 차베스는 자신의 반미 사회혁명을 볼리바르 혁명이라고 부르고, 나라 이름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바꾸었다. 또 볼리바르의 남미통합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차베스가 추진중인 새로운 무역협정도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 (ALBA)이다.
차베스는 그동안 볼리바르가 47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병사한 게 아니라 콜롬비아의 정치세력들에 의해 암살됐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존스홉킨스대학 감염병 전문의인 폴 오웨이터 교수는 비소중독에 의한 볼리바르 사망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 이번 발굴 강행에 힘을 실어줬다. 볼리바르 사망 당시 검안의들은 폐와 심장 부위의 녹색 액체를 이유로 폐결핵으로 결론냈지만, 이는 비소 중독에 의한 기관지 확장증일 수 있다고 오웨이터 교수는 주장했다.
차베스 비판자들은 오는 9월 의회선거에서 도전에 직면한 차베스가 볼리바르의 독살설을 이용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주간 <타임>은 분석했다. 차베스 스스로 자신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미국과 그 주구인 콜롬비아의 우파정권에 의해 끊임없는 암살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볼리바르가 독살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콜롬비아와 미국을 향한 차베스의 독설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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