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메인주로 부인 미셸, 두 딸과 함께 2박3일의 주말 가족휴가를 떠났다.
오바마는 매번 휴가 때마다 큰일이 터져 뒤숭숭한 휴가를 보내는 징크스에 시달렸다. 지난해 여름에는 옐로스톤과 그랜드캐니언으로 놀러갔다가 의료보험 개혁 추진을 위해 도중에 몬태나와 콜로라도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야 했다. 이어 얼마 뒤,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보낸 첫 공식휴가 때에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재지명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갑작스런 타계로 보스턴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등 휴가같지 않은 휴가를 보냈다. 지난해 겨울 고향인 하와이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폭탄테러 기도 사건과 아프가니스탄 미 중앙정보국(CIA) 지부 폭탄테러 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 현지에서 보고를 받고, 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말 메모리얼 데이 연휴 때에는 자택이 있는 시카고에 갔지만, 다음날 멕시코만 원유유출 현장을 찾아 루이지애나를 다녀와야 했다.
이번 휴가는 직전에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돼 마음이 비교적 가벼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바마가 휴가지로 멕시코만을 택하지 않았다는 게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에이비시>(ABC) 등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지난번 멕시코만을 방문해 미국인들에게 기름유출로 고생하는 멕시코만 관광지에서 휴가를 보내라고 호소하면서 자신들은 메인주로 휴가를 떠났다”고 비판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여름 자신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여동안 긴 휴가를 보냈다가 욕을 얻어먹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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