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친미’ 베네수엘라-콜롬비아 외교 단절
차베스 대통령 “눈물 머금고 모든 관계 끊는다”
“반군 지원”-“전쟁 도발” 이념다른 두 정부 갈등
“반군 지원”-“전쟁 도발” 이념다른 두 정부 갈등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한때 같은 나라였다. 남미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가 에콰도르, 파나마까지 현재의 4개 나라를 합쳐 1819년 ‘그란 콜롬비아’를 탄생시켰다. 1829~30년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가 갈라나갈 때까지 한 몸이었던 두 나라가 22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콜롬비아 정부가 자국의 최대 치안불안 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베네수엘라가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주장하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전쟁을 노리는 거짓 주장이라며 외교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22일 “가슴에 눈물을 머금고 콜롬비아 정부와 모든 관계를 끊는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72시간 안에 외교관 철수를 요구하고, 콜롬비아 주재 자국 대사관에도 철수를 지시했다. 이날 발표는 콜롬비아가 미주기구(OAS)에서 베네수엘라 영토에 있는 약 1500명의 혁명군 캠프 모습이라며 사진과 비디오, 목격자 증언, 사진 등을 공개하고 87개 현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직후 나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런 자료가 “(콜롬비아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꾸민 캠프”라며,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약 2200㎞의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갈등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3월에는 콜롬비아가 에콰도르 국경 너머까지 쫓아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을 공격하자, 에콰도르와 동맹관계인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 국경에 군대를 파병하는 등 전쟁 위기까지 치달았다. 두 나라는 차베스가 혁명군에 자금을 지원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콜롬비아가 주장하면서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1987년에는 카리브해 쪽 영해 분쟁으로 전투기가 집결하는 사태까지 갔다.
최근 두 나라 갈등의 배경에는 이념적 대립이 깔려 있다. 차베스는 반미를 외치는 반면,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대표적 친미 지도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콜롬비아가 미국과 군사협력협정을 체결하자 베네수엘라가 지역불안을 초래한다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혁명군을 지원한다는 콜롬비아의 비난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두 나라의 외교단절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8월7일 우리베 대통령이 물러나고 후안 마누엘 산토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관계개선의 첫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차베스가 9월20일 총선을 앞두고 물가상승 등으로 인기가 떨어지자 외부의 적을 만들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있어, 총선 이후에 기류 변화도 예상된다. 콜롬비아의 2대 수출 상대국이 베네수엘라라는 점도 콜롬비아에는 부담이다. 브라질과 남미국가연합(UNASUR) 등도 적극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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