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진상조사 요구…군, 문건유출자 색출 나서
내부고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문건 폭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황한 쪽은 백악관과 펜타곤이다. 이번 폭로로 미국내 여론이 돌아서고, 관련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통해 미군의 민간인 오인사격으로 195명이 숨지고 파키스탄 정보기관(ISI)이 탈레반을 지원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민간인 사상자와 파키스탄 문제는 이미 개선 조처를 취했다”며 파장을 애써 축소하려 했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대변인도 “대부분 문서는 몇년이 지난 오래된 문서고 이미 보완됐거나 보완과정에 있는 것들이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이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의회의 아프간전 특별전비 370억달러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아프간전이 지난 몇년간 악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문건 유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전 재검토를 마치는 올해 말까지 국민들과 의회의 지지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문건 폭로는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키스탄 정보기관(ISI)이 최근 들어 아프간전에 협조하는 상황에서 문건이 공개돼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당장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은 “우리를 음해하려는 사악한 음모”라며, 문건 공개의 배후를 의심하고 있다.
대규모 기밀문건의 유출자에 대한 색출작업도 한창이다.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폭로가) 연방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며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고 군의 기밀유지를 위태롭게 하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국방부는 일단 지난 4월 미군 헬기가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을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일병 브래들리 매닝이 이번 사건에도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문건이 25일 공개되는 사실을 지난주에 파악하고 며칠 전부터 수사를 벌여왔으며, 군 정보전산망(SIPRNet)을 통해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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