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성장률 추이
7월 제조업지수 최저 기록해
물가하락·집값폭락 우려도
“투자사들 더블딥 대비 나서”
물가하락·집값폭락 우려도
“투자사들 더블딥 대비 나서”
지난달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하반기 미국경제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집값 폭락 가능성, 실업률 증가의 우려에 이어 물가하락을 수반하는 경기침체(디플레이션) 등의 조짐으로 이제 그 불확실한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회복은 ‘언감생심’이다.
버냉키 의장이 2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의회 연설에서 밝힌 데 따르면 경기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내렸던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2.4%를 보인 것은 그나마 ‘가계와 기업의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 기업들의 2분기 실적호조에다 유럽의 대형은행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 힘입어 2일 미국 뉴욕증시는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흐름은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상황이 ’깜짝 실적’이며 일부 개선됐던 경제지표들은 반전되는 모양새다. 7월 들어 제조업지수가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분기 물가상승률은 1.1%로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실업률도 호전 기미가 없다. 물론 그린스펀 전 의장은 1일 <엔비시>(NBC)방송에 출연해 이를 ‘완만한 경제회복의 휴지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집값이 폭락한다면 경기침체의 더블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냉키나 그린스펀이 우려하는 것은 9.5%를 웃돌고 있는 현재의 실업률 수준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2분기와 같은 성장이 계속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물가하락으로 인한 디플레 가능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전세계 최대의 채권투자업체인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과 투자매니저 제레미 그랜섬,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테퍼와 앨런 포니어 등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며 이들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불과 두달 전만 해도 인플레가 우려됐던 상황이 디플레로 인한 갑작스런 경기 후퇴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더블 딥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2390억달러 규모의 뮤추얼 펀드인 ‘핌코 토털 리턴 펀드’를 운용하는 그로스 회장은 지난 2년간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0.1% 하락(연율 기준)했다며 “디플레이션은 지적 호기심의 주제가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펀드들은 채권이나 배당이 나오는 주식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늘리는 반면, 시가변동에 예민한 주식보유는 줄이는 조처들을 취하고 있다. 실업률 증가로 인한 가계소비의 위축과 물가하락에 따른 기업 수익 악화는 미 경제의 성장동력 상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매니저 포니어는 “미국경제가 디플레를 피하려면 2%는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바로 그 부근에 있다”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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