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폭발물 탐지견 ‘지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증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증세
전쟁의 참혹함은 사람이나 개나 다를 바가 없나 보다. 2살짜리 셰퍼드 지나(사진)는 이라크에서 폭발물 탐지견으로 6개월을 근무하고 지난해 6월 미국 콜로라도주의 피터슨 공군기지로 돌아왔다. 지나는 활달하고 장난을 좋아했다. 그러나 돌아와서는 소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며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지나는 모든 것에서 자신을 격리시켰다.
지난 12년간 100여 마리 이상의 군견을 훈련하고 돌봐온 에릭 헤인즈 특무상사는 4일 <에이피>(AP) 통신에 지나가 전쟁, 고문, 학대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정신질환과 똑같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헤인즈는 정서적 장애를 보여주는 개들을 봤지만 지나처럼 심각한 경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은 정서적 불안, 공포, 불면증, 환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적 이상을 보인다.
지나는 전쟁 영화에서 보듯 미군들과 똑같이 수색을 나가 총격과 수류탄의 폭발음이 난무하고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폭발물을 찾아내는 일을 거듭했다. 한번은 수색을 나가던 중 일행과 함께 폭발물 공격을 받기도 했다. 터프츠대 커밍스 수의학스쿨의 동물행동연구프로그램 책임자인 니콜라스 도드먼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개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거의 비슷한 정신적 질환의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나는 1년여의 치료 과정을 거쳐 지금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기지 내 차량의 폭발물 탐지 등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할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도드먼은 “일단 공포를 알게 되면 그걸 잊는 건 불가능하다”며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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