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모스크 건립’ 결정에 반발-환영 엇갈려
미국 뉴욕 맨해튼의 9·11테러 현장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를 세우려는 계획이 시 당국의 허가로 실현을 눈앞에 두게 됐다.
뉴욕시 유적보존위원회는 3일 ‘이슬람 센터’를 지을 터에 현재 들어서 있는 건물은 역사적 보존 가치가 없다는 9 대 0의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858년 준공돼 백화점으로 쓰인 이 건물의 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결정에 따라, 이를 허물고 이슬람 센터를 만들려는 시도에 제도적 걸림돌이 제거됐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모스크를 세운다는 계획은 지난봄부터 미국의 여론을 양분한 소재가 됐다. 테러 희생자 유족들의 상처를 후비는 것이라는 목소리에서부터, 이슬람이 미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침투하려는 음모의 일환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슬람은 어쨌든 테러와 무관하지 않다’는 무조건적 반감도 표출됐다.
이날 유적보존위 회의 방청석에서도 “부끄러운 줄 알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한 방청객은 “3000명을 살해한 자들을 찬미하지 말라. ‘9·11 승리 모스크’는 안 된다”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뉴욕주지사 후보로 나설 공화당의 릭 라지오는 민주당 후보인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에게 모스크 건립 자금원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관망하던 유대인 단체도 지난주에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반대편에서는 종교적 관용이 필요하고, 테러와 종교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유대인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유적보존위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대중적 감성에 함몰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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