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긴즈버그·소토마요르 이어 케이건 합류
대법관 9명 중 3명 여성으로 채워져
대법관 9명 중 3명 여성으로 채워져
미국 연방대법원에 여성 대법관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연방대법원에 입성한 지 29년 만에 대법관 9명 중 3분의 1이 여성으로 채워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엘레나 케이건(50·오른쪽 사진)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이 5일 63 대 37로 상원 인준투표를 통과해 사상 네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됐다고 보도했다.
케이건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임명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왼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지명한 소니아 소토마요르(가운데)와 함께 3명의 여성 대법관을 갖게 됐다. 이들은 민주당 정권이 선택한 인물들로 진보 성향을 지녔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태도 변화를 점치게 하는 구성이다. 케이건이 진보적 대법관의 대부 격인 존 폴 스티븐스가 떠난 자리를 메우면서 5(보수) 대 4(진보)라는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유지되게 됐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히스패닉계로는 최초로 연방대법관이 된 것도 주목받았었지만, 케이건의 취임도 ‘상식’을 깨는 면이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1972년 이후 처음으로 판사 출신이 아닌 연방대법관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관과 하버드 로스쿨 학장 등을 역임한 케이건은 로펌에서 일한 적은 있어도 송무 경험이 전무하다. 변호사로서 법정에 서지 않은 것은 물론 법정에 제출하는 의견서 한 장도 쓴 바 없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의 악연도 흥미롭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로버츠 대법원장을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1999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케이건을 같은 법원 판사로 낙점했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이 재를 뿌렸다. 결국 그 자리는 아들 부시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03년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돌아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