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예술기관에 기부 집중
사회단체·비정부기구 혜택 없어
“세금으로 걷어 공공목적에 써야”
사회단체·비정부기구 혜택 없어
“세금으로 걷어 공공목적에 써야”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사회기부를 촉구하는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의 기부서약운동이 박수와 환호만을 받는 건 아니다. 자자손손 가족들에게, 그것도 안되면 무덤까지 재산을 움켜쥐고 가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 우리 현실에서 이들의 기부서약운동은 여전히 감동이지만,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기부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파블로 아이젠버그 미 조지타운대학 공공정책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한 기부관련 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기부 방식의 변화 없이는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이들의 기부가 주로 대학과 병원, 의료단체, 문화예술기관 등에 집중되고 있으며 사회단체나 풀뿌리운동, 빈민과 소수인들을 위한 비정부기구는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기부서약이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가’라는 비판적인 기사에서 이 신문은 아이젠버그의 말을 인용해 예컨대 건강 보건분야의 경우 “기부는 거의 예외없이 잘나가는 큰 병원이나 대학 등이 가져간다”면서 빈민들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게이츠 앤 멀린다 재단은 오히려 예외라고 말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기부서약이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며 세금보다는 기부가 유리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함부르크의 거부인 페터 크래머는 8일 이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기부액의 대부분이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부자들은 기부와 세금을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며 독일의 부자들은 다른 기부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기부를 선택할 경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부가 아닌 극소수의 부자들의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세금으로 거둬들여 공공적 목적에 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론이다. <슈피겔>은 버핏과 게이츠는 기부서약 운동을 중국 인도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으나 독일의 한 자산매니저는 캠페인이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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