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흡혈박쥐 경계령
아마존강 주변 500여명 물려
광견병 바이러스 퍼뜨려 비상
광견병 바이러스 퍼뜨려 비상
페루가 ‘뱀파이어 박쥐’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페루 보건부는 아마존강 유역의 흡혈박쥐(사진)들이 원주민을 공격하면서 치명적인 공수병(일명 광견병) 바이러스가 퍼지자 긴급 의료팀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최근 며칠새 페루 북동부의 아마존 정글에 사는 토착민인 아와준족 주민 500여명이 흡혈박쥐에게 물렸고,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의료팀은 박쥐에게 물린 주민들을 치료하고 공수병 백신을 나눠주고 있지만, 흡혈박쥐 떼를 퇴치하기 위한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일부 원주민들은 갑자기 흡혈박쥐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최근 몇년새 아마존강 일대의 기온이 이례적으로 낮아진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마존 정글지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분별한 삼림벌채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흡혈박쥐는 통상 야생동물이나 가축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 피를 빨아먹고 살지만, 열대우림 서식처가 파괴돼 먹잇감을 찾지 못하면 사람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파괴된 정글 지역에 가축 목장이 들어설 경우, 먹이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흡혈박쥐들의 개체수도 덩달아 급증한다. 앞서 2005년 말에는 브라질의 아마존강 유역에서 흡혈박쥐들이 사람을 공격해 두달 새 1300여명이 공수병에 감염되고 최소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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