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동성애 규정 존엄성 침해”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의 우등생인 캐서린 밀러(사진) 가 지난 9일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못하도록 한 미군의 규정에 반발해 학교당국에 자퇴서를 냈다고 인터넷 미디어인 <허핑턴포스트> 등이 12일 전했다.
그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미군의 동성애 규정이 “없는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지어내서 동료 생도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만들었으며, 레즈비언으로 비난받고 왕따될까 두려워서 성희롱도 참는 등 자신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반해 타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퇴서에서 “실패한 법과 사회정책의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사유를 분명히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 5월 빌 클린턴 정권 때부터 계속되어온 이 미군 규정이 동성애 차별적이라며 폐지를 약속했으나, 군과 보수적 여론의 반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올 가을 3학년으로 진급할 예정인 밀러 생도는 성적이 1100명의 사관생도 중 상위 1%에 들어가는 9위로 최우등 생도인데다, 공수부대 낙하 훈련을 이수한 것을 비롯해 뛰어난 체력과 양성평등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올 가을 예일대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아 사회학을 전공하며 미군의 동성애 규정 폐지를 위한 정치적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이 폐지될 경우 웨스트포인트에 복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밀러 생도의 자퇴 사실은 <엠에스엔비시>(MSNBC)의 진보 성향의 프로그램인 레이첼 메도쇼가 11일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정책의 조속한 폐지를 촉구하는 특집물에서 그를 인터뷰하면서 알려졌다. 이 쇼를 진행하는 유명 여성 방송인 레이첼 메도도 역시 동성애자다.
강태호 기자,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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