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승인, 찬반 공방
성관계 뒤 5일까지도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응급피임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프랑스 제약업체 아슈에르아파르마의 응급피임약 ‘엘라’는 기존의 대표적인 응급피임약 ‘플랜 비(B)’보다 이틀 더 효력을 발휘하는 제품으로, 미 식품의약국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도록 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시판이 허용된 엘라는 임신 확률을 50분의 1로 낮춘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왔다. 플랜 비는 72시간 내 복용시 임신 확률이 40분의 1로 낮아진다. 이와 견줘 아무런 피임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의 임신 확률은 20분의 1이다. 플랜 비가 배란을 차단하는 기능을 지닌 데 비해 엘라는 여성호르몬으로 배란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한다.
미국 낙태 옹호 단체들은 여성의 권리가 진일보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이 단체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식품의약국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플랜 비의 처방전 없는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플랜 비는 17살 이상에게 처방전 없이 판매되고 있다. 여성·가족연구센터의 다이애나 주커만 소장은 “(이번에는) 식품의약국이 정치적 논란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낙태 반대 단체들은 식품의약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의 웬디 라이트 회장은 “아무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을 금요일 밤(지난 13일)에 판매 허가를 발표한 것 자체가 정치적 결정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낙태 반대 단체들은 수정을 막는 응급피임약도 수정 뒤 자궁 내 착상을 막는 낙태약과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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