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상급법원에서 판사의 석방결정이 내려지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는 그레고리 테일러의 모습.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교회 음식 훔쳐먹다 ‘삼진아웃법’ 걸려 25년형 선고
스탠퍼드 법대생들 청원에 캘리포니아주 법원 결정
스탠퍼드 법대생들 청원에 캘리포니아주 법원 결정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급법원의 피터 에스피노자 판사는 16일 25년형을 선고받고 13년을 복역하던 그레고리 테일러의 석방을 명령했다. 올해 47살의 흑인 테일러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13년 전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도심에 있는 세인트 조셉 교회에서 음식을 훔쳐 먹으려다 붙잡혔다. 그에겐 3번 이상 범죄를 저지를 경우 중형을 선고하도록 한 캘리포니아주의 삼진아웃법에 따라 25년형이 선고됐다.
테일러가 그에 앞서 80년대에 저지른 다른 두건의 범죄도 모두 경미한 것이었다. 하나는 10달러가 든 지갑을 훔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를 지나가던 남자의 돈을 털려는 것이었다. 미국의 <에이피>(AP) 통신은 한 판사의 말을 인용해 테일러가 ‘현대판’ 장 발장이라고 전했다. 빅터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에 갇혔다.
세인트 조셉 교회는 테일러가 자주 가던 곳이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이 교회의 알란 맥코이 목사는 테일러를 위한 증언에서 교회는 테일러에게 자주 음식을 제공했으며, 교회에서 자는 걸 허락했다고 말했다. 또 테일러가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노숙자 생활과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온순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에스피노자 판사는 맥코이 목사의 이 증언을 다시 인용하면서 90년대에 삼진아웃법에 따라 검사들이 25년형을 구형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테일러의 석방 결정은 스탠퍼드대 법대생들이 삼진아웃법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테일러의 석방을 위한 청원을 제출함으로써 가능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탠퍼드 법대생 가브리엘 마르티네즈는 자신과 동료들이 삼진아웃법으로 인해 가혹한 처벌을 받은 사건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두 400여건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날 판사의 석방 결정에 가족들과 지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으며, 테일러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데 대해” 감사한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스탠퍼드 대학생인 레이코 로고젠은 테일러가 “석방결정 직전까지도 안될 거라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했다. 테일러가 78살의 노모에게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들은 그의 가족들은 대대적인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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