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바우트(43)
러 출신 무기 밀매상 부트
타이법원 ‘미 추방’에 갈등
* 죽음의 상인 : 러시아 무기 밀매상 바우트
타이법원 ‘미 추방’에 갈등
* 죽음의 상인 : 러시아 무기 밀매상 바우트
타이 항소법원이 지난 20일 미국으로 추방 결정을 내린 러시아 출신 무기밀매상 빅토르 바우트(43·사진)에게 붙여진 별명은 ‘죽음의 상인’ ‘국제제재 파괴자’다. 지난 2005년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는 바우트의 실제 얘기를 각색한 것이다.
바우트가 미국 법정에 서서 밝히게 될 진실을 두고 벌써부터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90년대부터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3개대륙에 걸쳐 ‘무사하게’ 무기 밀매를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 정부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러시아 정부는 타이 법원이 자국민을 미국으로 추방키로 한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세기적인 무기밀매상답게 그의 과거 전력은 베일에 싸여있다. 소련군 외국어학교를 졸업해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등 6개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바우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련군 통역장교(중위)였다가 소련 해체와 함께 예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가 소련군 정보기관(GRU)의 소령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의 장인이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부의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도 러시아 정보기관과 끈끈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해준다.
소련 해체 직후 예편한 그는 헐값에 구입한 AN-8 군수송기 8대로 기동력을 갖춘 항공화물운송회사를 차리면서 무기밀매에 뛰어들었다. 소련군 시절 평화유지군으로 복무했던 앙골라를 시작으로 유엔의 무기금수 제재를 받고 있는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수단, 콩고 등에 동유럽과 러시아산 무기들을 공급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중동의 헤즈볼라도 그의 고객이었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들에게 보급품을 수송해 준 적도 있고, 유엔평화유지군과 영국 및 프랑스 정부의 물자를 수송해준 적도 있다.
거주지와 회사명을 수시로 바꾸던 바우트는 아직 무기밀매 혐의로 정식 기소된 적이 없다. 신출귀몰하던 바우트는 지난 2008년 3월 콜롬비아의 좌익 반군단체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의 대리인으로 위장한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에 속아 무기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방콕에 왔다가 체포됐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테러단체에 무기를 공급해 미국인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 등 4가지다. 지난해 8월 타이 법원은 미국의 추방 요구를 기각했지만, 이번에 항소 법원은 1심판결을 뒤집고 미국의 손을 들어줘 3개월 내 그를 미국으로 추방할 예정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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