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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매몰 17일 칠레 광부 33명 ‘기적같은 생존’

등록 2010-08-23 20:34수정 2010-10-27 12:15

지하 688m 갱도서 올라온 “우리는 안전하다” 메모지
탐사봉 두드려 생존 알려
국민들 ‘극적 드라마’ 환호
“구조에 몇달 걸릴 수도”

“오늘 모든 칠레인들은 기쁨과 흥분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22일 지하 688m 갱도의 붕괴된 산티아고 북부 광산에서 17일 동안 생존해온 광부 33명 가운데 한 사람이 보내온 붉은색 메모지를 흔들며 감격에 겨워 이렇게 말했다. 구조팀이 뚫은 탐사봉을 통해 전달된 그 메모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 33명 모두는 대피처에서 안전하게 있다.”

메모를 통해 광부들의 생존사실을 확인한 가족과 정부관리들, 구호작업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은 매몰된 코피아포 광산 주변의 언덕에 33개의 칠레 국기를 꽂은 채 모두 하나가 돼 국가를 부르며 축하했다.

지난 5일 붕괴 이후 7번째 탐사봉마저 실패한 뒤 광산회사의 갱도 지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조작업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게다가 갱도내 긴급 대피시설은 불과 48시간의 식량과 산소밖에 없었다고 광산회사 쪽은 말했다. 그러나 22일 밤 광산지대의 삭막했던 풍경은 한순간에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8번째 탐사봉으로부터 광부들의 망치소리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산에서 매몰된 광부들이 이번보다 더 오랜 기간 갇혀있다 구조된 경우는 더러 있었다. 지난해 중국 남부의 한 탄광이 홍수로 붕괴되면서 25일 만에 3명의 광부들이 구조됐으며, 역시 중국 북동부의 탄광에서는 1983년 23일 만에 2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33명 모두 안전한 경우는 드물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 당시 노동부에서 광산안전 관리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빗 매카티어는 “(이번 코피아포 광산같은) 구리·금 광산에서는 공기와 음식, 물이 있더라도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17일 동안 이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부들이 생존해 있다는 낭보는 순식간에 칠레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 소식은 지난 2월 20만명의 이재민과 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진도 8.8의 지진과 쓰나미의 상처로 고통을 겪고 있던 칠레 국민들에게 엄청난 격려가 됐다. 인터넷은 온통 광부들의 극적인 생존 드라마로 도배됐고, 거리의 시민들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들어 관련 소식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구조팀은 뚫어놓은 탐사봉을 통해 내려보낸 소형 카메라로 지하 갱도 생존자들의 모습을 전국에 보여줬으며, 이 구멍을 통해 산소와 식량, 식수 등을 공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이 구조되기 위해선 작은 탐사봉을 더 넓히는 시추 작업을 통해 구멍의 직경을 최소 68㎝로 만들어야 한다. 구조 책임자인 안드레스 수가레트는 “광부들을 구해내려면 적어도 4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 700m 가까운 곳에 갇혀 있는 생존 광부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매카티어 전 차관보는 “최신기술을 총동원, 몇달이 아닌 몇주 안에 이들을 구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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