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무료 온라인 동영상 강의 사이트인 ‘칸 아카데미’(khanacademy.org)가 화제다.
펀드 매니저 출신의 수학강사 샐먼 칸(33)이 벽장을 개조해 혼자 비디오 녹화장비를 갖추고 유튜브를 통해 수학을 중심으로 한 동영상을 만들어 제공한다. 한달에 20여만명이 찾으면서 명성을 얻긴 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그의 학생이 되면서 칸 아카데미는 한 개인이 일궈낸 새로운 온라인 교육의 모델로 일거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24일 게이츠가 그의 동영상 강의에 빠져 아들 로리와 함께 대수학에서 생물학까지 섭렵했으며,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2000명의 청중 앞에서 “아들과 함께 이 동영상을 봤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극찬했다고 전했다. 매년 교육 개선을 위해 7억달러를 기부해 온 게이츠는 곧 칸을 만날 예정이며, 유명한 벤처투자가인 존 도어는 이미 1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포천>에 따르면 인도 이민자의 아들인 칸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으며 매사추세츠공대에서는 수학 학사와 함께 전자공학,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 학위를 땄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펀드 매니저로 일했으나 금융위기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동생 친척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시간이 부족해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칸 아카데미의 시작이었다.
2006년 개설 후 칸 아카데미는 현재 1630개의 동영상 강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직접 출연한 칸의 강의는 첨단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화식으로 이뤄지며, 전자칠판에 핵심만 압축적으로 정리해 15분 만에 강의를 끝낸다. 그러다 보니 미적분학 강의만 191개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강의 내용은 주전공인 수학 이외에 생물, 화학, 물리학 등 과학에서 경제학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개설 이래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영국, 오스트리아, 인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8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칸의 꿈은 교실과 캠퍼스, 행정적인 인프라 그리고 유명 강사가 없는 가상학교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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