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존주택 판매량
7월 27% 줄어…뉴욕·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경기회복에 치명타” 분석속 추가 하락 전망도
“경기회복에 치명타” 분석속 추가 하락 전망도
미국의 7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27.2%나 줄며 3개월 내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촉발한 주택시장 침체가 이번에도 경제 전반을 끌어내려 더블딥(단기간의 경기회복 이후의 재침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키우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부동산중개인협회가 집계한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가 383만건으로 전달보다 27.2% 감소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는 부동산중개인협회가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인데다, 대체적 예상치보다 감소 폭이 두배 가량이어서 예상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발표에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32% 떨어진 데 이어 25일 아시아 증시도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 기존주택 판매는 지난 5월(-2.2%)과 6월(-5.1%)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7월 기존주택 판매가격 중간값은 18만2600달러(약 2억2300만원)로 6월보다는 0.2% 올랐으나 1년 전에 견줘 0.7% 떨어졌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4월에 세제혜택이 끝난 게 3개월 연속 판매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7월 판매 감소세가 두자릿수까지 기록한 것은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임금 수준도 정체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경기침체 이후 30% 하락한 집값이 앞으로 5%가량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주택 구입을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주택 판매 부진을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경기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라기보다는 주택시장 자체에 국한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즈는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이 이미 비틀거리는 경기 회복세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며 “주택가격의 더블딥이 불가피해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시장에 내놓은 압류 주택이 이달에 12% 증가한 것도 집값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 “더블딥은 가장 예상 가능한 결과는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6개월간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