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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아프간 미군 장난삼아 민간인 살해 ‘충격’

등록 2010-08-26 19:48수정 2010-08-27 08:31

깁스 하사 주도 ‘살인조’ 짜
세차례 주민 3명 살해·은폐
‘살인공모’ 혐의 등 12명 기소
“수류탄 던져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울까” 농담을 현실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사들이 올 초 세 차례나 민간인들을 장난삼아 살해한 뒤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프간 칸다하르 지역에 주둔한 ‘미 육군 스트라이커 부대 소속의 캘빈 깁스(25) 하사는 지난해 12월 동료 병사들과 “아프간 민간인들에게 수류탄을 던져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울까”라는 농담을 나눈 뒤 실제로 무차별 살인 행각을 벌였다고 <시애틀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순찰 도중 민간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6월 체포돼 군 검찰의 조사를 받던 깁스 등 5명에게는 ‘계획적인 살인 공모’ 혐의가 추가됐다. 또 다른 7명의 병사들도 살인 공모, 동료 폭행, 사건조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피의자 신문과 법정 기록에서 드러난 사건의 전모는 미국의 아프간전‘쟁에서 최악의 전쟁범죄로 기록될만큼 충격적이다. 병사들은 조사관들에게 “깁스가 아프간인 아무나 죽이기 위한 ‘살인조’(kill team)를 짠 뒤, 결국은 말을 실행에 옮겼다”고 털어놨다. 지난 1월 순찰에 나선 ‘살인조’는 양귀비밭에서 주민 한 명을 발견하자 수류탄을 던진 뒤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두 번째 희생자는 2월에 나왔다. 한 공범은 깁스가 아프간 주민을 총으로 쏴 죽인 뒤 주검 옆에 AK-47 소총을 놓아 교전 중 사망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공범들은 숨진 아프간 주민이 먼저 총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석달 뒤인 5월에 감행한 세번째 범행에서 깁스 일행은 다시 수류탄 투척과 총격으로 무고한 주민 한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범행 뒤에는 동료 병사들을 협박해 입을 막았고, 발설자에겐 주먹이나 총기로 마구 폭행을 가했다.

군 당국은 <에이피>(AP) 통신에 “피고들의 기소장에 새로 밝혀진 혐의들의 상세한 내용을 추가하고 있으며, 다음주께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군사재판은 올해 말께 개시될 예정이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종신형 내지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 병사들의 가족들은 민간인 변호사들을 고용해 변론에 나섰다. 병사들 사이에선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당시 깁스가 소대원들을 떠보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변명도 나왔다. 그러나 주모자로 지목된 깁스는 일체의 범행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피고의 변호인들도 병사들의 자백이 일관성이 없다거나 군의관의 처방약을 복용하던 시기에 이뤄져 약물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재판 과정에서 피고들의 진술 철회를 시도할 작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군 제2 보병사단 스트라이커 여단은 지난해 여름 연합군의 칸다하르 대공세 때 아프간에 배치됐으며, 최전선에서 탈레반과 교전하면서 지금까지 수십명의 전사자를 냈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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