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1.6%로 하향조정 등 지표 ‘빨간불’
버냉키 ‘침체 방지’ 다짐하면서도 연준 한계 시인
버냉키 ‘침체 방지’ 다짐하면서도 연준 한계 시인
이제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는가는 논쟁거리도 아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일본형 장기 경기불황 내지 ‘대침체’(Great recession)로 갈지 모른다는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세계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특히 경기가 더 나빠지고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날 경우”라고 말해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연준은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대량으로 자금을 공급해 경기하강을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달 사이 잇따라 나온 경제지표들은 올 상반기 경기회복 조짐이 근본적인 회복이 아니라 경기부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1.6%로 한달 전 공개된 예상치 2.6%에 비해 대폭 하향조정됐다. 1분기 성장률 3.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2%대의 성장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치솟는 실업률을 막을 수 없으며 소비감소→성장둔화 심화→실업률 급등의 악순환으로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갈 것을 우려해 왔다. 실업률은 다시 10%대를 위협하고 있으며, 기존주택 거래실적은 물론 신규주택 판매실적이 47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실업률 증가,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되는 한 미국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늘어날 수 없다.
버냉키의 이날 발언에 대해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연준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은 이제 고갈됐다”며 “과거엔 기관총과 수류탄이 있었지만 지금은 칼과 돌멩이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전했다. 또 <뉴욕 타임스>는 버냉키 의장이 이날 “중앙은행들만으론 세계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연준의 한계를 시인하면서 “재정적자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지도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연준이나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더라도, 주식시장이나 환율 등 금융시장은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뒷받침하는 각종 경제지표 등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세계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경제가 내년엔 더욱 뚜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애써 낙관했다. 그러나 미국의 <엠에스엔비시>(MSNBC)는 28일 이번 경기침체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와 그에 따른 최악의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1930년대 대공황에 빗대어 말한 ‘대침체’의 상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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