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상흔 여전…수만명 집없어 트레일러 생활
관이 열리고, 조문객들이 하나 둘 줄이어 관에 다가섰다. 어떤 이들은 욕설을 퍼붓고 재빨리 뒤돌아섰고, 어떤 이는 고통의 지난 5년을 정화하려는 듯 은빛 관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머물기도 했다. ‘카트리나’에 대한 자신의 기억이 담긴 사진, 편지, 소방헬멧을 넣는 이들도 있었다. 한 조문객은 “네가 내 집을 빼앗고 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내 정신을 빼앗지는 못했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몰고왔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발생 5년을 하루 앞둔 28일, 당시 완전 침수됐던 뉴올리언스 인근 살머트의 구원의 마리아 가톨릭교회에선 카트리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을 집전한 그레고리 아이먼드 대주교는 “오늘의 상징적 장례식은 카트리나가 가져왔던 그날의 고통과 상처, 무력감을 묻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은 1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백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낳았던 카트리나를 행동으로나마 땅속에 묻고 싶은 희망을 표현하는 자리였다. 미 정부는 도로·교량·방죽의 보수, 주택 재건 등에 역사상 전례없는 143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한 루이지애나 곳곳엔 5년 전 상흔이 여전하고,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관료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꺼지지 않고 있다. 집을 떠났던 이재민들의 3분의 1가량이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도 수만명이 인근 텍사스주 등에서 집도 없이 트레일러에서 생활하고 있다. 돌아온 이들도 상당수는 집과 일자리를 잃고 고통을 받고 있다.
29일 부인 미셸과 함께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이비어 대학에서 연설을 통해 “피해복구 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연방정부가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트리나는 자연재해이자 인재였다”며 전임 행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정부의 능력과 책임성을 다시 회복시켜가고 있으며, 앞으로 다시는 미국민을 재해의 참담한 고통에 내버려두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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