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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룰라 열풍’ 탄 집권당…첫 여성 대통령 눈앞

등록 2010-09-02 22:09수정 2010-10-27 11:33

노동자당 여성 후보 호세프 압승 가능성 커
‘동시 총선’도 여당 유리…야, 색깔공세나서
한달 앞 다가온 브라질 대선 현장

1차에서 승부가 끝날까, 결선까지 갈까.

욱일승천하는 남미의 대국 브라질을 이끌 지도자를 고르는 대선(10월3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브라질 사회의 관심은 투표가 단번에 끝날지로 모이고 있다. 3선 금지에 따라 출마하지 않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누리는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선거 분위기를 지배하는 기현상이 그 배경이다.

상파울루 중심가의 집권 노동자당 선거사무소에서 1일 만난 아를린두 키날랴 전 하원의장의 참모 시드 마르콘지스는 “대선은 1차에서 끝날 것 같다”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대선 승부는 뻔하고, 함께 치르는 총선에서 노동당 의석이 20~30% 늘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는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63) 후보가 51%, 야당인 사회민주당 조제 세하(68) 후보가 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세하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지다 6월 들어 역전에 성공한 호세프는 이제 격차를 두 배 가까이로 벌렸다. 유효투표수 개념의 지지율(59%)로 치면 투표를 1차에서 끝낼 수 있는 50% 득표는 떼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마르콘지스는 “룰라 대통령 덕분에 선거전이 쉽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재 선거판은 야당의 어떤 전략도 룰라 대통령 앞에서 무용지물인 형국이다. 호세프는 모든 선거 포스터에서 룰라 대통령과 함께 다정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룰라의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호세프의 최대 선거전략인 셈이다. 여론의 쏠림은 부유층이 많은데다 야당의 전통적 텃밭인 상파울루주에서도 호세프가 10%포인트 이상 앞선 데서도 확인된다. 야당인 사민당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호베르투 노게이라는 “상파울루주는 우리 당이 16년째 주지사를 독점하고 있다”면서도 “난 주의원 선거에 집중하고 있어 대선 얘기는 할 게 없다”며 대선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했다.

불가리아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호세프는 빈민 출신인 룰라 대통령과 달리 중상류층 출신에 경제학 박사 학위가 있는 엘리트다. 반독재 무장투쟁 조직에 가담했다가 복역한 전력이 있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지만 지명도에서는 야당 후보인 세하에게 상당히 처졌었다. 이전까지 선거에 입후보한 적도 없다. 반면 이탈리아계 이민 출신인 세하는 최대 지방정부인 상파울루주 정부를 이끌었고, 상파울루 시장과 상·하원 의원, 두 차례의 장관 경력이라는 관록을 내세운다. 2002년 대선에서는 룰라 대통령과 붙기도 했다.

두 후보의 정책공약 차이는 크지 않다. 모두 ‘시장친화’ 정책과 현 정부의 복지정책 계승을 내걸었다. 세하는 야당 후보이면서도 80% 안팎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룰라 대통령의 기세 때문에 ‘내가 룰라 정책 계승의 적임자’라는 수세적 주장을 펴고 있다. 호세프가 은행과 에너지 분야 국영기업 강화를 내건 게 차이라면 차이다. 그 자신도 군사독재 때 망명생활을 한 바 있는 세하는 “노동자당은 콜롬비아무장혁명군과 연계돼 있다”며 색깔공세를 펴는 등 초조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집권 노동자당은 룰라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두터운 북동부에서 아직도 지지율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진 곳의 유권자들이 뒤늦게 룰라 쪽 후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은 룰라라는 ‘날개’를 단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상파울루/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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