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적의 힘 과대평가해 안보국가화” 비판
이라크 침공 등 꼬집어…폭스 뉴스 ‘반박’ 나서
이라크 침공 등 꼬집어…폭스 뉴스 ‘반박’ 나서
9·11 동시테러 9주년을 눈앞에 두고 미국에서 ‘과잉대응’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논쟁의 불씨는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가 당겼다. 이 잡지의 파리드 자카리아 국제편집장은 ‘미국이 잃은 것’이란 제목의 글에서 “2001년 9·11 사태는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과잉대응(overacted)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2001년 10월)과 이라크 침공(2003년 3월)을 꼬집은 이 글의 온라인판에는 9일 현재 530여개의 찬반 댓글이 달렸다.
자카리아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이 9·11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단 한 건의 주요한 공격도 하지 못했다”며 “미국이 최근 모든 분쟁에서 적의 힘을 너무 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옛 소련의 팽창과 90년대 사담 후세인의 핵 위협에 대한 과대평가를 사례로 들면서, “이번 실수는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자카리야는 또 9·11 이후 엄청나게 비대화한 미 정보기구들의 실상을 수치까지 들어 조목조목 예시한 뒤 “‘안보국가’의 부흥은 미국인의 모든 생활에 개입하는 국가권력의 광범위한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9·11 이후 최소 263개의 정보기구를 신설·재편했고, “대부분 구글 검색으로 나오는” 정보보고를 매년 5만건(매일 137건)씩 쏟아냈으며, 3만명의 통신 도감청 인원이 신규충원됐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즉각 “미국은 9·11에 과잉대응했는가”라는 주제의 대담을 마련했다. 앤서니 타타 미군 예비역 준장은 지난 6일 이 방송의 ‘온더레코드’에서 “알카에다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한 것은 용맹한 미군과 동맹군 덕분이지 알카에다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다”며 자카리야의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다수 정보기구들은 해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시민 자유권 제약’ 주장을 일축했다.
짐 쿠리 전미 경찰총수협회 부회장은 7일 대중문화지 <이그재미너> 기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 와중에 전 세계를 돌며 미국의 행동을 폄하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테러리스트 공격에 공헌했다”며 민주당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진보의 아이콘’인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얼마나 많은 테러 공격이 있었던가”라며,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등 몇몇 사례들을 나열했다. 클린턴이 테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9·11 테러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논쟁은 9·11 테러가 미국에 남긴 상흔이 아직도 깊기만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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