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사원 건립·코란 소각 곳곳 ‘찬반시위’
추모식서 오바마 “우리는 하나” 단합 호소
추모식서 오바마 “우리는 하나” 단합 호소
11일(현지시각) 미국은 2001년 이래 가장 논쟁적이고 정치적인 9·11을 맞았다.
지난 추모식에선 침울한 회고와 미국의 단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고 정치적인 논쟁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9주년을 맞은 올해는 뉴욕 맨해튼 이슬람문화센터 및 사원 건립과 코란 소각 논쟁 등을 둘러싼 찬반시위가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미국의 갈라진 속 모습을 그대로 내보였다.
이날 9·11 추모식은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워싱턴 미 국방부(펜타곤),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등 9년 전 여객기 4대가 추락한 곳에서 각각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부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미국 내 종교갈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의 국가이자, 하나의 국민”이라며 “9·11 테러는 이슬람이 아닌 알카에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슬람과 전쟁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자유를 희생할 수 없다”고 말해 종교 갈등을 극복하고 미국민들이 단합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뉴욕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및 희생자 유가족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념식이 열렸다. 9년 전 테러범에 납치된 첫번째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인 아침 8시46분에 추모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3000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이 낭독됐다. 섕크스빌의 추도행사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가 함께 참석했다.
추념식이 끝난 뒤, 이날 정오 무렵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세워지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미국 이슬람화방지단체’가 사원 건립 예정지역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반이슬람 시위와 종교자유를 외치는 시위가 맨해튼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으나,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 양쪽의 충돌은 없었다. 이슬람 사원 건립 예정지에는 반대파 시위대의 연단이 마련돼 사람들이 돌아가며 모스크 건립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반대파 시위대는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더이상은 안 된다”, “용서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다”, “세계무역센터에 모스크는 안 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한 남성은 코란을 몇페이지 찢어 불을 붙이기도 했다. 한 반대파 시민은 “모스크 건립을 허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그것을 불태워 버릴 수 있다. 비행기를 충돌시켜 무너뜨려 버려야 한다”고 소리쳤다. 찬성파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슬람에 대한 공격은 인종주의”라는 피켓을 들고 “편협한 종교관이 전쟁을 불러온다”고 외쳤다.
이날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한 테리 존스 목사의 플로리다주 게인즈빌의 교회 ‘도브 세계봉사센터’ 주변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찬성·반대파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는 복음주의 목사 밥 올드와 그의 동료들이 “이슬람은 나쁜 종교”라며 라이터 기름을 이용해 코란 두 권을 불태우기도 했다. 백악관 앞에서도 일부 기독교도들이 코란을 찢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슬람 사원 건립 옹호 방침을 비난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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