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티 페어’ 탐사보도
“더 나쁜행동 차마 못써”
지지자들 보도내용 무시
“더 나쁜행동 차마 못써”
지지자들 보도내용 무시
미국의 문화 월간지 <배니티 페어>는 최근 발간된 9월호에서 세라 페일린을 집중 탐구했다. 마이클 조지프 그로스 기자가 4개월여에 걸친 탐사보도를 근거로 쓴 기사의 제목은 미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제목을 딴 ‘페일린, 음향과 분노’다. 페일린이 내뱉는 말들이 분노를 일으킨다는 뜻일 게다.
이 기사에서 페일린은 복수심이 강하고 겉과 속이 전혀 다르고, 공과 사가 불분명한 이중인격자로 묘사된다. 페일린과 열렬 지지자들은 기사 내용이 출처가 불분명한 헛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로스는 “페일린의 측근이나 주변 사람들이 페일린을 비난하는데 이름을 밝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선거운동 당시 한 보좌관은 페일린이 조금만 기분이 거슬려도 상대방을 마구 몰아세우고 소리지르며 물건들을 던졌다고 밝혔다. 부부 싸움을 목격한 한 지인은 식음료캔들을 집어던지는 풍경을 전했다.
페일린의 딸 브리스틀과 파혼한 레비 존스턴은 페일린이 낚시를 아주 가끔 하면서도 그가 야외 스포츠를 즐긴다고 한 것은 보수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치스럽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히스패닉계 가정부를 고용했다. 대중 집회에 나서기 전엔 3명의 미용사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부르는데, 팁에는 인색하다. 가방 7개를 운반한 호텔 직원에게 건네준 팁은 5달러로 이 호텔에 머문 유명인사들 중 ‘최악’이었으며, 객실엔 팁을 한푼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또한 놀랄 만큼 상식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페일린을 러닝메이트 삼았던 존 매케인의 보좌관들은 페일린이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로 알고 있었으며, 나중에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한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일린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이 기사를 선정주의에 물든 ‘황색 언론’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페일린의 지지모임인 ‘세라팩’은 “거짓말들의 종합”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긍정적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 할수록 충격을 받았다. 기사는 차마 쓸 수 없는 나쁜 내용은 뺀 것이다.”
사실 이런 평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매케인의 딸 메건은 최근 펴낸 저서 <더럽고 섹시한 정치학>에서 대선 과정 때 페일린을 ‘스트레스와 혼란, 공포, 불확실성을 초래한 이상한 행동들을 했던 시한폭탄’으로 묘사했다.
이 정도면 어떤 정치인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뉴스위크>는 페일린의 건재에 대해 “그의 지지자들은 이런 보도를 무시하거나 극단적인 좌파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페일린은 정치를 종교적 일체감, 성공한 여성의 표상, 가족주의, 모성애 등 보수적 가치관 내지 도덕적 열정으로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