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 100년전 영-독관계에 비유 “세계평화 위협”
헨리 키신저(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주말 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제네바에서 주최한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중국이 관계개선을 하지 않으면 충돌할 수 있다”며 전면적 관계개선을 촉구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현재의 미-중 관계를 100년 전 영국과 독일의 관계에 비유하면서, 당시 영국이 독일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아우르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2차례의 세계전쟁이 일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국가의 디엔에이(DNA)가 다르며, 양국의 지도층이 충돌을 막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면, 영국과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적대관계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동등한 위치의 국가와 협력하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100년 전 영국과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적으로 장악할 수 없고, 또 양국 간 분쟁이 일어나면, 두 나라가 휘청거릴뿐 아니라, 세계평화가 깨진다는 것을 양국 지도층이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콘퍼런스에서 키신저 전 장관의 비유를 재인용하면서 “중요하고 조심스런 이야기”라고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양국 간 협력이 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중 관계의 증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그러면서 미-중 관계를 미-유럽연합(EU)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지난 20년간 서방국가들에서는 두 전쟁에 대해 논란이 극심했고, 국내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경우 앞으로 대중들은 보다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므로,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뚜렷한 결과물(또는 목적)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전쟁을 하는 게)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 건설이나 출구전략 등과 같은 추상적인 내용은 (전쟁에 대한) 이유로 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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