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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브라질 국민 25% 5천만명 지원금…빈곤·성장 ‘동시해결’

등록 2010-09-17 19:25수정 2010-09-17 22:34

리우데자네이루 도심과 인접한 빈민가. 리우데자네이루에는 파벨라로 불리는 이런 빈민가가 1000곳이 넘는다.
리우데자네이루 도심과 인접한 빈민가. 리우데자네이루에는 파벨라로 불리는 이런 빈민가가 1000곳이 넘는다.
[남미 독립 200년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서] ② 분배·복지로 가는 브라질

세계최대 복지 ‘볼사 파밀리아’

브라질 북동부 마라냥주에 사는 프란시네이지 다 호샤는 남편 없이 아이 둘을 키우며 야채를 판다. 이 벌이만으로는 의식주 해결이 어렵고 아이들 교육은 더구나 버겁다. 그러나 정부가 주는 월 113레알(약 7만6000원)이 극단적 빈곤으로부터 호샤 가족을 구해내고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다닐 기회를 제공한다.

자녀취학·예방접종 전제조건 삼아
문맹·질병퇴치·경제성장 ‘일석3조’
미국 뉴욕·유럽서 정책 본따기도

호샤 가족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올린 프로그램은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가족 지원금)라는 복지제도이다. 이 제도는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 기존의 여러 정책들을 통합·확대해 만들었다. 폴 울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는 이를 “효과적 사회정책의 모범”으로 불렀다. 전세계 현금 지급 복지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보우사 파밀리아의 첫번째 특징은 지원 가구가 1240만, 인구수로는 5000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복지정책이라는 것이다. 인구 4명 중 1명꼴로 수혜자다. 월 소득이 140레알을 밑도는 가구들에 자녀 수에 따라 많게는 134레알까지 지급해, 소득이 두배까지 는다.


브라질 6대도시 지니계수 추이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방면의 효과를 노리고 짜인 이 정책이 ‘돈’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의 독창성은 자녀의 취학과 예방접종을 지원의 전제로 삼은 데 있다. 6~15살 아동·청소년의 학교 결석률이 15%에 이르면 지원이 보류된다. 문맹과 질병 퇴치로 개개인의 후생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국민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발경제학의 정석을 따른다고 할 만한 정책이다. 수령자를 원칙적으로 여성으로 하는 것은 지원금이 ‘밖’으로 빠지지 않게 하려는 세심한 의도를 담고 있다.


취학률 상승은 아동노동을 몰아내고 있다. 지난 15년간 아동노동은 반감했다. 또 브라질의 기아 감소율은 1등을 달리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도 끊겠다는 보우사 파밀리아의 의도가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대도시에서도 보우사 파밀리아는 가시적 성과를 낸다. 브라질에서 빈민가를 뜻하는 ‘파벨라’의 원산지 격인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인구 620여만명 중 104만명이 보우사 파밀리아의 혜택을 받는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보우사 파밀리아 담당자 지닌 코페스는 “취학생이 늘어 학교를 더 짓고 있다”며 “파벨라 주민들의 식품과 의류 소비 증가가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장 경찰관들이 한 파벨라 입구에서 검문을 하고 있다.
무장 경찰관들이 한 파벨라 입구에서 검문을 하고 있다.
보우사 파밀리아를 비롯한 정책들과 최저임금 및 연금 상승은 빈부격차를 좁히고 있다. 2003~2008년 상위 10%의 소득이 매해 평균 3.9% 증가할 동안 하위 10%의 소득은 평균 9.6% 늘었다. 한때 ‘양극화’와 같은 뜻으로 통용되던 ‘브라질화’라는 말은 이제 사라졌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빈부격차 확대가 당연시되고, 상당수 나라에서 2008~2009년 경기침체로 빈곤층이 는 것과도 대비된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16일 지난해 자국 빈곤층이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4360만명(14.3%)에 이르러 통계를 작성한 이래 빈곤율이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부채에 허덕이던 정부 재정이 건전해지고, 경제 발전과 조세제도 정비로 정부 수입이 증가해 부국들에 못지않은 적극적 복지정책 실시가 가능했다.

소비 여력이 확대된 빈곤층과 중산층은 소비재와 내구재 구매를 늘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상파울루 부동산중개인협회의 조제 아우구스투 비아나 네투 회장은 “소득 증가로 올해 전국적으로 신규주택 130만가구가 필요하지만 공급은 95만~97만가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은 브라질의 내수를 떠받쳐, 근래 경기침체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게 만들었다.

보우사 파밀리아의 명성은 미국 뉴욕도 이를 본뜬 정책을 만들 만큼 높아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청의 코페스는 “유럽에서도 견학을 오는 등, 외국에서 정책 내용과 효과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글·사진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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