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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정부통제에서 민간으로’ 쿠바의 새 실험

등록 2010-09-17 19:34

쿠바의 GDP 성장률, 쿠바의 노동인구
쿠바의 GDP 성장률, 쿠바의 노동인구
공공부문에서 50만명 삭감해 민간부문 확대 이어
비행 증편 등 미국 봉쇄완화 19개 요구 유엔에 제출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상징은, 도시의 초라한 풍경보다 더 낡은 시보레 택시다.

195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시보레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안으로는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느껴지는 고철덩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 사설에서 “한때 라틴 아메리카의 세번째 부국이던 나라는 아바나 거리의 57년산 시보레 택시만큼이나 낡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쿠바에 시보레만큼 낡은 게 또 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은 사회주의 혁명과 48년째를 맞는 미국의 경제봉쇄다.

<에이피>(AP)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17일 “쿠바가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경제봉쇄를 완화하기 위한 작지만 중요한 요구들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이날 경제봉쇄에 항의하기 위해 유엔에 제출한 56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경제봉쇄 폐지는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차선책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완화 방안을 제안하겠다”며 △비행기와 여객선 증편 △은행 통제 완화 △하루 179달러인 일일 소비액 제한 폐지 △학생·교사·연구자의 방문제한 완화 등 19개 요구사항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쿠바계 미국인의 모국 방문 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처를 취했으나 좀 더 과감한 봉쇄정책 해제를 기대한 쿠바인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

쿠바 전문가들은 “쿠바의 이번 요구는 ‘공공부분 인력 50만명을 줄이겠다’는 최근 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경제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사표시로 읽힌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안보관련 민간연구소인 렉싱턴 인스티튜트의 쿠바 전문가 필립 페터스는 <뉴욕타임스>에 “정말 놀라운 것은 그들이 분명한 날짜와 50만명이라는 명확한 숫자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민간영역을 확대하려는 중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쿠바는 수십년 동안 정부가 경제 전반에 강력한 통제 정책을 펴 온 결과 2009년 현재 노동인구 515만9000명 가운데 84%가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을 정도로 민간부문이 취약하다. 쿠바는 지난 12일 내년 3월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50만개를 줄이는 대신, 20만명은 소규모 민간조합, 25만명은 자영업으로 흡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쿠바는 2008년 2월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라울이 국가평의회 의장이 된 뒤 정부의 빈땅을 농민들에게 빌려주거나 이발소·미장원·택시 등의 자영업을 육성하는 등 민간부문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농업의 경우 큰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회사택시’처럼 정부에 고정액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운전사 본인이 가져가는 택시 개혁은 상당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보는 쿠바 안팎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아바나에서 피자와 햄·샌드위치를 파는 에르비디스 리베로(34)는 <에이피> 통신에 “정부에게서 월급받는 데 익숙해져 있는 쿠바인들이 새로운 경제변화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청년 라미로(24)는 “유럽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 받을 수 있는 내 입장에서는 사업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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