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둘러싸고 산비탈에 다닥다닥 들어선 빈민촌 ‘바리오’는 이 나리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여준다. 그나마 카라카스는 지방에 비하면 생활수준이 ‘천국’이라고 불린다.
곧 쓰러질듯한 빈민촌이 분지인 수도 카라카스를 빼곡하게 둘러쌌다. 도무지 어떻게 올라갈까 싶은 지역에도 밤에 불빛이 빛났다. 극빈층이 모여사는 이른바 ‘바리오’지역이다. 창문과 빨랫줄에는 빨래가 곳곳에 널려 있고, 골목길에 할 일 없는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1999년 산사태로 약 2만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끊없이 몰려들어 대책이 없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잠시 뒤 부자들이 모여산다는 동네를 지나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정원수가 자라고 잔디가 깔린 주택이 이어졌다. 잠시도 앉아 있기 싫은 거리의 낡은 택시들 대신 고급 승용차가 2~3대씩 세워져 있다. 과거 농장을 주택으로 바꾼 지역에는 골프장과 승마장이 눈에 띄었다.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카라카스 시내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흔드는 기자에게 베네수엘라 외교부 직원이 말했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역으로 왜 빈민층이 차베스에 열광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198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정부가 교통요금 등을 2배로 인상하자 빈민들이 벌인 항의시위를 무력진압하면서 카라카스에서만 2000~3000명이 숨졌던 사건 ‘카라카소’는, 빈민의 대변자를 자임하며 신자유주의 반대와 사회주의 혁명을 내건 차베스 정치의 출발점이 됐다.
다비드 알트만 칠레대 정치학과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과거를 알지 못하면 차베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차베스는 스스로 태어난 게 아니라, 부패한 과거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카라카스/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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