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용 새 구멍 뚫는데 성공
독립기념일 겹쳐 축제분위기
독립기념일 겹쳐 축제분위기
18일로 독립 200주년을 맞는 칠레의 최근 분위기를 상징하는 단어는 ‘희망’이다. 올 초 칠레를 뒤흔든 지진과 지난달 5일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자신감을 잃었던 칠레인들은 생존이 확인된 광부 33명의 귀환이 가시화되자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칠레 일간신문 <라 나시온>은 17일 “구조팀의 T-130 굴착기가 광부들이 매몰된 지하 700m 갱도까지 구멍을 뚫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도 “다음 단계로는 직경 30㎝인 구멍의 크기를 광부 구조에 필요한 직경 65~70㎝로 넓히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진들은 이 작업에 6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크리스마스 즈음에나 구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애초 칠레 정부의 예상보다 한달 정도 빠른 것이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도 “굴착 작업이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진행될 경우 11월 중에 광부들을 구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 등도 “33명 광부들의 생존과 그들을 구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독립 200주년을 맞는 칠레인들의 국가적 자존심을 높이고 있다”고 최근 칠레의 분위기를 전했다. 나흘 동안의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 17일 칠레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라 모네다’ 앞에는 독립 200주년 상징물인 가로 27m, 세로 18m의 초대형 국기가 61m 높이의 대형 깃대에 내걸렸다. 독립기념일 당일에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도 현장을 방문해 광부들과 구조팀을 격려할 예정이다.
광부들의 사기도 높다. 지난 14일 33명의 광부 가운데 하나인 아리엘 티코나의 딸 ‘희망’(스페인어로 에스페란사)이 태어났고, 33인의 사연을 다룬 영화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쇠고기와 양파를 넣어 구운 칠레 전통 파이인 엠파나다와 스테이크 등을 먹으며 지하에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예정이다. 칠레는 지난 1월 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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