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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걷기도 두려운 카라카스
차베스 흔드는 ‘치안부재’

등록 2010-09-23 21:49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산비탈 빈민촌 뒤로 새로 짓는 부유층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카라카스의 치안 부재는 이 나라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산비탈 빈민촌 뒤로 새로 짓는 부유층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카라카스의 치안 부재는 이 나라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빈민촌 덮친 범죄 간과한
차베스에 대한 불만 고조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위험하다” “조심해라”…. 만나는 사람마다 되풀이되는 경고였다. 열렬한 차베스 지지자조차 “치안만 빼고…” “치안만 좋으면…”을 자주 덧붙였다. 차베스 반대자들이 비난하는 단골 메뉴도 치안 부재였다. “불안해서 못 살겠는데 혁명은 무슨 혁명이냐?”라는 것이다. 볼리바르 광장에서 만난 주부 마리아 카스테야노(43)는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데도 정부는 신경을 안 쓴다”고 비난했다. 호세 카라케로 시몬볼리바르대 교수는 “나도 두 번이나 납치되고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한 교민은 “휴대전화 같은 것만 빼앗으면 되는데 사람까지 죽이니까…”라고 전했다.

빈민촌 ‘바리오’나 부촌이나 때로 접근조차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내의 한 고급촌은 블록 자체가 막혔다. 경비원이 차량을 확인한 뒤 거주자만 들여보냈다. 무너질 듯한 빈민촌도 접근이 힘들었다. 특히 살인 등 강력사건은 빈민촌에서 자주 벌어졌다. 현지 가이드는 “부촌에서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훔쳐 달아나려던 강도를 총으로 수십발을 쏴버리는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시내 외곽의 한 빈민촌에 접어들자, 택시 기사는 바짝 긴장하더니 갑자기 차를 멈추고 빨간 모자를 트렁크에서 꺼내 썼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 모자였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빨간색이어야 해코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시 더 산비탈을 올라가나 싶더니, 택시 기사와 교민 안내자는 ‘돌아가는 게 낫겠다’며 결국 차를 돌렸다. 빈민촌 인근의 보건소를 방문한 뒤 바로 옆 빈민촌의 사진을 찍으려고 기자가 길을 건너자, 동행했던 베네수엘라 외교부 직원이 “어디 가냐? 가까이 가면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택시는 안에서 잠겨, 정차해도 곧바로 문을 열고 탈 수 없었다. 어디를 가나 총을 찬 경비가 지키고 섰고, 카라카스 시내의 국립 시몬볼리바르대학조차 정문에서 보안요원의 검문 없이 통과할 수 없었다. 호텔에는 밤새 사이렌 소리와 뭔지 모를 폭발음이 자주 들려왔다. 고급주택가에 사는 한 현지인 교수는 기자가 머문 호텔의 위치를 듣더니, “나 같으면 지금이라도 옮기겠다”며 깜짝 놀랐다. 호텔에서 밤마다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뭔지 모를 폭죽 같은 소리는 며칠을 묵고서야 익숙해졌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올해 연방경찰을 창설해 치안 강화에 나섰지만, 치안 불안은 차베스에 대한 불만으로 번지고 있었다.

카라카스/글·사진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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