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주류 기득권 잃자 ‘분리독립’ 깃발
동부 평원지역 중심 반정부 투쟁…원주민과 충돌도
인디오 원주민들의 정치권력 장악은 유럽계 주류사회에는 기득권 상실을 의미한다. 주요 공직 대부분을 인디오들이 차지한데다, 경제적으로도 기득권층 압박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 집권 뒤 인디오 농민들과 유럽계 대지주 세력의 충돌로 수십명이 숨지기도 했다.
중앙정부에 대한 반발은 유럽계 인구 비중이 높은 동부에서 거세다. 땅은 기름지고 석유 등 지하자원도 풍부한 곳이다. 국토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산타크루스주는 평원에 자리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해발 3600m 이상의 고원에 있고, 벽돌집들이 계곡형 지형을 따라 쏟아져내릴 것 같은 행정·입법 수도 라파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산타크루스의 백인 주류사회는 완전한 자치 또는 분리독립까지 요구할 정도로 중앙정부에 등을 돌린 상태다. “인디오 원숭이”들의 통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색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지난 6일 만난 산타크루스 주의회의 호르헤 플로레스 레우스 의장은 “분배받은 땅을 팔 수는 없다면서 친인척에게는 넘길 수 있다는데, 그게 제대로 된 제도냐”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과거 강력한 중앙집권이 부패를 낳았는데, 완전한 자치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반 모랄레스 진영의 기세는 지난해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집회를 열 정도로 강하다. 이를 조직한 ‘산타크루스 시민위원회’는 모랄레스 정권에서 인권이 탄압받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유엔에 제출하기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4개 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의 루이스 누녜스 리베라 대표는 “모랄레스 집권 이후 마약 생산이 증가했는데, 그건 모랄레스가 코카 재배농 출신이기 때문”이라며 “모랄레스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아메리카 제국주의’를 욕하니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한다”고 비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집권은 2014년에 끝나지만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인디오 원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은 계속 정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인디오들을 주축으로 한 개혁 세력과 유럽계 기득권층의 갈등은 잠복해있다가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산타크루스/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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