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축소에 반발 시위…군과 총격전 최소 39명 사상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복지 혜택 축소에 불만을 품은 경찰이 폭동을 일으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폭동을 일으킨 경찰은 라파엘 코레아(47) 대통령을 경찰병원에 12시간 이상 억류했으나, 군이 출동해 총격전 끝에 대통령을 구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30일 수도 키노에 있는 경찰병원에서 탈출한 뒤 대통령궁 발코니에 나와 지지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해준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아무것도 우리를 패배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찰 반란이 아니라 자신을 제거하려는 쿠데타 시도”라고도 말했다.
이날 사태는 경찰 800명과 일부 군인들이 최근 의회를 통과한 공무원 복지 혜택 축소 관련 법안에 반발해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시작됐다. 새 법안은 승진 연한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승진 때마다 지급되던 보너스를 주지 않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위에 가담한 경찰들은 키토의 국제공항과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키토로 통하는 고속도로 주요 길목을 차단하고 타이어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경찰들이 시위와 파업으로 자리를 비우자 약탈이 곳곳에서 벌어져 학교와 상점들은 이날 문을 닫았다.
코레아 대통령은 경찰들을 찾아가 연설을 하려고 했으나 흥분한 경찰들이 최루탄을 쐈고, 최루탄은 대통령 바로 옆에서 터졌다. 치료를 위해 경찰병원을 찾았으나, 흥분한 경찰들에 둘러싸여 병원 안에 갇혔다. 코레아 대통령은 경찰병원 안에서 에콰도르 텔레비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상 포로”라고 말했으며, 군이 경찰과 35분 동안 총격전을 벌여 구출하기 전까지 밖에 나오지 못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총격전 과정에서 경찰 2명이 숨지고 군과 경찰 양쪽에서 최소 37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또 코레아 대통령 지지자와 경찰의 충돌로 양쪽에서 최소 5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코레아 대통령이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일단 한고비를 넘겼으나 위기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은 임기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